[인문사회]‘기독교 문명의 버팀목’ 비잔티움 천년 역사

  • 입력 2007년 4월 21일 03시 01분


터키 이스탄불 성소피아 성당. 동아일보 자료 사진
터키 이스탄불 성소피아 성당. 동아일보 자료 사진
◇ 비잔티움 연대기/존 노리치 지음·남경태 옮김/전 3권 각 672∼852쪽·2만8000∼3만 원·바다출판사

“비잔티움이 번영하지 않았더라면 중세 서유럽의 기독교 문명은 절멸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역시 비잔티움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동로마제국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한 비잔티움. 330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로마제국의 수도를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로 옮긴 이후 1453년 오스만 튀르크에 멸망할 때까지 무려 1124년 동안 존속했던 제국. 인류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제국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비잔티움은 위대하다.

전성기였던 9∼11세기 300여 년 동안 비잔티움은 단연 세계의 중심이었다. 비잔티움은 호시탐탐 서유럽 침략을 노리는 페르시아와 이슬람 세력을 막아 냄으로써 서유럽의 번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어디 그뿐인가. 비잔틴의 건축과 예술은 훗날의 인류 문화에 심오한 영감을 주었다. 장엄함과 섬세함의 미학을 구현한 성소피아 대성당(6세기)이 대표적인 예. 인류 중세사를 볼 때 비잔티움은 종교와 사상의 중심, 부의 상징, 유럽의 정신적 요람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로마제국(서로마)에 대해선 열심히 배우지만 서로마의 전통을 이어 간 비잔티움에 대해선 너무도 무심하다. 동방의 색채가 짙은 비잔티움을 무시하려는 유럽 주류학계의 편향된 시각 탓이다.

바로 이 대목에 이 책의 의미가 있다. 비잔티움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강력한 군사력, 풍부한 경제력, 수준 높은 문명과 문화 등 비잔티움의 화려한 ‘천년 역사’를 복원해 냈다.

1권 ‘창건과 혼란’, 2권 ‘번영과 절정’, 3권 ‘쇠퇴와 멸망’. 장구한 역사만큼 책의 내용도 방대하다.

특히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천년 제국을 이끌어 간 황제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7세기 절대 강자였던 페르시아를 제압해 번성의 기초를 닦은 헤라클리우스, 8세기 이슬람의 침략으로부터 콘스탄티노플을 지켜 낸 레오 3세…. 그때 이슬람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고 서유럽으로 조금만 더 진격했더라면 서유럽의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

번성과 몰락의 역사는 매우 세세하고 생동감 넘친다. 11세기 자매 여황제의 통치 스타일과 사생활, 남자 황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힘입어 손쉽게 황제에 오른 콘스탄티누스 9세의 무사안일 등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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