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이 번영하지 않았더라면 중세 서유럽의 기독교 문명은 절멸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역시 비잔티움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동로마제국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한 비잔티움. 330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로마제국의 수도를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로 옮긴 이후 1453년 오스만 튀르크에 멸망할 때까지 무려 1124년 동안 존속했던 제국. 인류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제국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비잔티움은 위대하다.
전성기였던 9∼11세기 300여 년 동안 비잔티움은 단연 세계의 중심이었다. 비잔티움은 호시탐탐 서유럽 침략을 노리는 페르시아와 이슬람 세력을 막아 냄으로써 서유럽의 번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로마제국(서로마)에 대해선 열심히 배우지만 서로마의 전통을 이어 간 비잔티움에 대해선 너무도 무심하다. 동방의 색채가 짙은 비잔티움을 무시하려는 유럽 주류학계의 편향된 시각 탓이다.
바로 이 대목에 이 책의 의미가 있다. 비잔티움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강력한 군사력, 풍부한 경제력, 수준 높은 문명과 문화 등 비잔티움의 화려한 ‘천년 역사’를 복원해 냈다.
1권 ‘창건과 혼란’, 2권 ‘번영과 절정’, 3권 ‘쇠퇴와 멸망’. 장구한 역사만큼 책의 내용도 방대하다.
특히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천년 제국을 이끌어 간 황제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7세기 절대 강자였던 페르시아를 제압해 번성의 기초를 닦은 헤라클리우스, 8세기 이슬람의 침략으로부터 콘스탄티노플을 지켜 낸 레오 3세…. 그때 이슬람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고 서유럽으로 조금만 더 진격했더라면 서유럽의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
번성과 몰락의 역사는 매우 세세하고 생동감 넘친다. 11세기 자매 여황제의 통치 스타일과 사생활, 남자 황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힘입어 손쉽게 황제에 오른 콘스탄티누스 9세의 무사안일 등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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