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종때 그린 현존 最古 선묘불화 ‘햇빛’

  • 입력 2007년 4월 21일 03시 01분


비단 위에 금가루로 그린 아미타불-보살 최근 일본에서 발견된 조선 중기의 선묘불화. 지금까지 제작연대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1563년의 선묘불화보다 30여 년 앞선 것이다. 사진 제공 정우택 동국대 박물관장
비단 위에 금가루로 그린 아미타불-보살 최근 일본에서 발견된 조선 중기의 선묘불화. 지금까지 제작연대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1563년의 선묘불화보다 30여 년 앞선 것이다. 사진 제공 정우택 동국대 박물관장
현존하는 우리의 선묘불화(線描佛畵) 중 가장 오래된 조선 중기의 불화가 발견됐다. 이 유물은 가로 55.7cm, 세로 109.2cm의 족자형 선묘화로, 붉은 안료를 칠한 비단 위에 금가루로 아미타불과 8명의 보살이 그려져 있다.

정우택 동국대 박물관장은 최근 일본의 한 사찰에서 이 불화를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불화 아래쪽 제작 목적을 담은 발원문에는 제작연대가 ‘가정(嘉靖) 11년’으로 기록돼 있다. 이는 1532년, 조선 중종 27년이라는 의미다.

지금까지 제작연대가 가장 오래된 선묘불화는 1563년에 그린 설법도(說法圖)로 역시 일본에 있다. 국내에 있는 가장 오래된 선묘불화는 1565년 중종의 비 문정왕후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만든 약사삼존도(藥師三尊圖).

정 관장은 “이번에 발견된 선묘불화에는 꽃비가 내리는 무늬와 구름무늬가 담겨 있어 이전 고려불화와 구별되는 문화재적 가치를 지녔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무늬는 조선불화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지만 이 작품 이전 시기에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초의 시도로 보인다”며 “조선 불화의 성격을 확립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발원문에는 상궁 김씨가 돌아가신 아버지 김신은의 극락왕생을 비는 동시에 살아있는 어머니 배씨의 백수를 기원하기 위해 발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정 박물관장은 21일 동국대문화관에서 열리는 동악미술사학회 학술발표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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