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94>久病成醫

중국에 활을 잘 쏘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자기가 활을 잘 쏜다고 항상 자랑하고 다녔다. 이를 본 기름장수가 비웃었다. 장수가 연유를 물었다. 기름장수는 땅바닥에 작은 기름병을 놓고, 몇 자나 높은 곳에서 작은 병에 기름을 흘리지 말고 부어 보라고 했다. 장수는 이를 해 내지 못했다.

기름장수는 기름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부었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평생 기름장수를 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소. 당신은 장수요. 그렇다면 평생 활을 쏘았을 것이니, 활을 잘 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오. 그러니 그리 자랑하고 다닐 일이 아니오.” 이 이야기는 두 가지 사실을 말해 준다. 하나는 함부로 교만하지 말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생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어렵게 보이는 일도 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久病成醫(구병성의)라는 말이 있다. 久는 오래되다라는 뜻이다. 病은 병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병을 앓다라는 말로 쓰였다. 成은 이루다, 되다라는 뜻이다. 醫는 의사, 치료하다라는 뜻이다. 정리하면 久病成醫는 오랫동안 병을 앓다 보면 자신이 의사가 된다는 말이 된다.

예전에는 한방으로 병을 치료했고, 자신에게 맞는 약재를 스스로 찾아야 했다.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 자신에게 필요한 약초와 사용법을 스스로 알게 되고 마침내 자신이 훌륭한 의사가 된다는 말이다. 한평생을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어떤 효과가 나는지를 잘 말해 준다.

사람은 가끔 자신의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미래를 불안하게 보는 이유는 대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자신이 아닌 다른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일을 평생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정상에 오르게 된다. 한 가지 조건은 일을 성실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신념을 갖고 살아간다면 자신의 장래를 불안하게 바라보지 않게 될 것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