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조삼모사' 할인마케팅]거품 낀 좌석등급… 이름만 UP

  • 입력 2007년 4월 25일 02시 56분


공연장 맨 뒷줄 구석 자리가 로열석?

뮤지컬 ‘대장금’이 막을 올리는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1층의 경우 무대가 잘 안 보이는 시야장애석과 장애인석 등을 제외한 총 877석 중 최하 등급 좌석이 ‘로열(R)석’이다.

2층까지 합칠 경우 전체 1231석 가운데 R석 이상 좌석이 88.7%나 차지할 만큼 R석이 흔하다. 한때 최고 등급 좌석을 뜻하던 R석이 예전의 S석이나 A석 수준으로 전락한 셈이다.

대형 뮤지컬의 경우 대부분 VIP석을 따로 만들어 R석보다 더 비싸게 팔고 있지만 ‘대장금’은 이번에 ‘VIP석’보다 상위 등급인 15만 원짜리 ‘프리미엄석(P)’을 새로 내놓았다. 15만 원은 내한 공연을 제외하면 라이선스 뮤지컬과 창작 뮤지컬을 통틀어 최고가다.

대장금 제작사인 PMC 측은 “P석과 VIP석은 똑같이 15만 원이긴 하지만 P석은 일절 할인하지 않고 정가를 받는 좌석인 만큼 각종 할인 이벤트가 적용되는 VIP석과 차별화하기 위해 따로 명칭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P석의 등장으로 R석은 세 번째 등급으로 ‘강등’된 셈이다.

VIP석이니, VVIP석이니 혹은 P석이니 하는 명칭은 모두 마케팅의 산물이다. ‘남과 다른 특별함’을 원하는 관객에게 ‘최고’라는 만족을 주는 동시에 새로운 좌석 등급을 만들어 기존 좌석의 가격을 올리는 대신 자연스럽게 가격을 올리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대장금’에서 R석은 세 번째 등급으로 떨어졌지만 가격은 예전 최고가 혹은 두 번째 등급 때와 비슷한 12만 원이다.

이 같은 좌석 ‘인플레’는 가격이 비싼 대형 뮤지컬 공연에서 두드러지지만 요즘은 어린이 공연에서도 R석은 가장 낮은 등급이 됐다. 극장 용의 어린이 공연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모차르트 음악회’에선 좌석이 2등급뿐이지만 모두 VIP석 아니면 R석이다.

일본 최대 극단 시키는 뮤지컬 좌석 등급을 거의 S석, A석, B석 등 3등급으로만 구분한다.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의 경우 공연장 좌석은 1층 스톨(Stall)석, 2층 드레스 서클(Dress Circle)로만 구분할 뿐 좌석은 별다른 명칭 없이 20파운드석, 35파운드석, 50파운드석 등과 같이 가격으로만 표시한다.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 씨는 “뮤지컬은 대중적인 장르의 공연임에도 한국에서 VIP 등 고급스러운 명칭이 붙는 것은 대형 뮤지컬이 여전히 ‘명품’으로 잘못 소비되고 있으며 고급 예술로 자리 매김돼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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