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스파게티 안 먹어도 돼?”(정)
“괜찮아. 불은 라면도 잘 먹는데요, 뭘.”(최)
26일 개봉하는 영화 ‘날아라 허동구’의 두 주연은 그렇게 ‘부자(父子)’가 돼 있었다.
“처음엔 죄송했어요. 아빠가 출연한 영화 ‘달마야 서울 가자’도 봤는데 막상 만나자마자 아빠가 ‘나 아니?’라고 물었을 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진짜 아빠 같아요. 되게 잘해 주세요.”(최)
“‘동구’역 오디션 때 얘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얘가 동구네’라고 외쳤죠. 그런데 만나니 진짜로 나와 닮은 구석이 많더라고요. 보세요. 귀 큰 것도 닮았고 코 납작한 것도 비슷하죠?”(정)
말로만 그런 것은 아닐까? 실제로 부자 관계라면 서로에게 몇 점을 줄 수 있을지 물었다. “저는 별 5개 만점에 5개 다 줄래요. 지능지수(IQ) 60인 동구에게 얼마나 잘해 주시는지 몰라요.”(최)
“고맙다, 아들아. 난 별 안 줄래. 하하, 아들을 별로 어떻게 평가하니? 영화 속 마지막 대사 있잖아, ‘우리 아들 최고다!’ 그 말로 대신하면 안 될까?”(정)
두 배우에게 ‘날아라 허동구’는 ‘도전’이었다. 첫 주연으로서 발달장애 초등학생 허동구 역을 소화해 내야 하는 부담은 최우혁의 몫. 같은 반 친구들에게 물을 나눠 주는 것이 유일한 낙인 자칭 ‘물당번’ 허동구. 그러나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은 그가 특수학교로 옮기길 원하고 친구들도 이젠 그의 도움 없이 정수기로 물을 먹는다. 그러던 그가 발견한 것은 바로 교내 야구부 물당번.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그는 야구부에 들면서 필사적으로 물을 나눠 주길 원한다. 그것이 그의 생존방법이니까. “정진장애학교라는 곳에 가서 많이 배웠어요. 현수 형아라고 있는데 거짓말도 안 하고 되게 순수해요. 왠지 그 형아가 허동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형이 포동포동해서 살도 10kg이나 찌웠죠.”(최)
그런 아들을 둔 아빠이자 치킨집 사장 허진규는 아들을 위해 무조건 몰아붙이지만 때로는 무모한 ‘돈키호테’다. 1200만 관객을 동원한 ‘왕의 남자’ 이후 차기작에 대한 부담을 떨치기 위해 정진영은 이 작품에 매달렸다. 이 영화의 원작인 대만 소설 ‘나는 백치다’의 억척스러운 엄마를 아빠로 바꾼 것도 그였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덕분일까?
“아니에요. 오히려 7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더라고요.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는 아빠가 어떻게 자상할까요? 생활고에 지치죠. 그래서 경쾌한 인물 대신 힘들고 지친 캐릭터를 상상했죠.”(정)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 얘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빠의 애환을 다룬 영화도 아니죠. 그저 가족의 ‘낙관’에 대한 얘기입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얘기가 없다고 말하지만 시사회장에서 관객들은 그 뻔함에 기뻐하더라고요. 어떤 관객은 ‘이렇게 아름다운 뻔한 얘기는 처음이다’고 말하기도 했죠.”(정)
그러자 우혁이 말을 거든다. “전 촬영하다가 변비가 심해서 관장까지 하면서 찍었어요”라며 스스로 ‘관장 투혼’이라 외쳤다. 하지만 그가 걱정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영화 속 목욕 장면에서 ‘알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다들 ‘그거’ 봤대요, 친구들이…”라며 걱정하는 우혁에게 정진영이 한마디 건넸다.
“아니야 동구야. 네 ‘고추’ 안 보여. 사람들은 네 눈을 본다. 걱정하지 마.”
끙끙 앓는 우혁에게 물어봤다.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은지. “진짜 아빠가 현역 소령이셔서 그런지 군인이 되고 싶어요. 그거 안 되면 배우 할 거예요”라는 대답 뒤에 바로 물었다. “누구 닮은 배우?” 그러자 우혁의 눈은 정진영을, 아니 동구 아빠를 향해 있었다. “언젠간 아빠처럼 날고 싶어요. 그래서 제목이 ‘날아라 허동구’인가 봐요. 흐흐흐….”(최)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