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내장 부위라면 고개부터 젓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오독오독 쫄깃한 맛에 한번 사로잡히면 벗어나기 어렵다. 게다가 질 좋은 대창은 입 안에서 사르르 녹다 다시 부드럽게 씹히는 ‘맛의 이중주’를 들려준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연타발’(02-545-4248)은 최근 양과 대창의 명소로 떠오른 곳이다.
○ 주방에서
양과 대창을 손질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양은 소의 4개 위 가운데 첫째인데 두툼한 앞쪽 부분인 ‘양지머리’를 쓴다.
양깃머리는 겉껍질을 벗기지만 마지막 얇은 막은 남긴다. 실수로 이 막이 벗겨지면 부드러운 맛이 사라진다. Y자 모양의 양깃머리 윗부분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해 가장 맛이 좋다.
곱창은 소의 작은창자, 대창은 큰창자다. 곱창에는 약간 구린내가 나면서 씁쓸한 맛이 나는 ‘곱’이 있는 반면 대창에는 기름이 붙어 있다.
양에 비해 대창 손질은 매우 섬세한 작업이다. 손님상에 대창이 오를 때는 매끈한 부위가 밖으로 나오고 기름이 안에 들어 있다. 하지만 최초의 대창에서는 육질과 기름의 위치가 반대다. 밖의 기름 부위에 붙은 이물질을 빠르게 제거한 뒤 안과 밖을 뒤집는다. 이 기름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낸다. 당구장 큐대를 자른 도구를 대창에 밀어 순식간에 뒤집는 과정은 묘기에 가깝다.
○ 주인장(이명호·47)의 말
33세부터 음식과 인연을 맺었다. 등심, 돼지갈비, 고추장 삼겹살, 파프리카를 이용한 빨간 국수 등 여러 음식을 다뤘다. 내 인생의 ‘마지막 메뉴’로 정한 것이 양과 대창이다.
국내 양·곱창의 원조로 꼽히는 부산 ‘오막집’에 다니며 연구했지만 쉽지 않았다. 10억 원을 투자했다가 달랑 30만 원만 남아 있던 시기에 ‘오발탄’이라는 식당을 시작했다. 마장동 축산물 가게에 보증금을 맡겨야 하는데 그럴 처지가 못 됐다. 젊은 사장의 바지를 붙들고 2시간 동안 매달렸다. ‘지금은 형편이 좋지 않지만 잘 꾸려 갈 수 있다. 한번 믿어 달라.’
양과 곱창, 대창이 어려운 것은 고기와 달리 좋은 재료만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료가 내장이라 신선하게 잘 다뤄야 하는 데다 양념, 불, 화로 등 여러 변수가 있다.
우선 재료를 빨리 손질해야 한다. 양과 대창의 불순물을 제거한 뒤 굵은 소금과 밀가루로 깨끗하게 손질하고 조직이 상하지 않도록 얼음물에 최소 3번 헹군다. 냉장고에서 6∼7시간 숙성시키고 양념 후 다시 6시간 정도 숙성시킨다. 양념은 간장에 당귀, 감초, 굵은 고추, 물엿, 파인애플을 넣는다. 파인애플이 재료를 부드럽게 한다.
○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재료 손질과정을 보는 바람에 식욕이 떨어질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맛있네요.(웃음)
▽주인장=손님상에 나오는 음식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식=양은 적당하게 쫄깃한 맛이 살아 있네요. 대창은 맛이 부드러워 여성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주=여성 손님들이 늘고 있어요. 비위가 약한 분은 거부감을 느끼지만 한번 맛보면 대개는 다시 찾아옵니다. 좋은 재료가 좋은 음식의 출발점입니다. 양은 뉴질랜드산을, 대창은 한우 암소의 것을 쓰지요. 방목하는 뉴질랜드산은 되새김질을 하기 때문에 양지머리가 두툼합니다.
▽식=구운 양과 대창에서 참숯 향이 감도네요.
∇주=양과 대창 구이는 숙성과 양념, 불의 조화가 필요합니다. 빠른 시간에 화력을 낼 수 있는 참숯 화로에 열전도율이 좋은 구리 석쇠를 쓰고 있어요.
▽식=연타발이라는 이름이 흥미로운데요.
∇주=드라마 ‘주몽’의 연타발처럼 신의가 있는 장사꾼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담았습니다.
양(160g) 2만5000원, 대창(180g) 2만3000원.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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