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미스 다이어리]평생 원룸 전세방에나 살라고 ?

  • 입력 2007년 4월 27일 03시 02분


잘 아는 부동산을 찾았는데 난데없이 날벼락을 맞았다.

“원룸이나 얻지, 혼자 사는 사람이 방 2개에 부엌도 넓은 집을 찾으니 전세고 매매고 집이 부족하지!”

주인아저씨와 바둑을 두던 이웃 아저씨까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독신들한테는) 무조건 세금을 때려야 한다니까!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곳 가봐! 독신들 세금 얼마나 많이 내고 사는지 알아?”

연구 많이 하셨나 보다. 남의 나라 세금 정책까지 나왔다. ‘아저씨가 말하는 그 나라들은 세금을 많이 거두는 대신 그에 따르는 복지정책이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버지 연배의 노인들과 입씨름해서 남을 게 없다. 그저 딱 한마디 했다.

“저도 결혼하고 싶거든요. 근데 짝이 없는 걸 어떡해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버럭 소리를 지른다. “눈이 높으니까 그렇지!”

씁쓸하다. 일하다 보니 나이를 먹었고, 적령기에 맞춰 대충 조건 맞는 남자와 하는 그런 것이 싫었을 뿐인데.

이래저래 집 찾기는 틀렸다. 그러고 보니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흐른다.

추운 겨울이면 머리맡 물그릇이 꽝꽝 얼어버리는 그런 하숙집에서 싱글 생활을 시작했던 나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몸도 마음도 고단했지만 내 힘으로 일어나 보겠다는 희망 하나만으로 즐거울 수 있었다. 그러다 부엌 한 칸 딸린 사글셋방을 얻었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 후 좀 더 크고 깨끗한 멋진 원룸에서도 몇 년 살았고, 마침내 24평형 아파트로 이사했다. 비록 전세였지만 조금씩 스스로 힘으로 일어서는 게 행복했다.

일확천금의 꿈같은 것은 애초에 꾸지도 않았다. 성공은 늘 애쓰고 수고한 만큼 찾아오는 대가라는 것이 내 신조다.

요즘처럼 부동산 값이 급등한 시대에 혼자 버는 싱글들이 ‘나만의 집’을 갖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특히나 1인 가구주는 아파트 청약 당첨도 힘든 시대가 됐다. 10년을 넘게 부은 청약저축 통장이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한숨부터 나오지만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내가 중매해 줘?”

너무 퍼부었다 싶었는지 부동산 아저씨가 슬쩍 말을 붙인다.

“45평형짜리 아파트 분양받은 남잔데, 애가 하나 있긴 하지만. 뭐 어때? 사람만 좋으면 됐지.”

나 참…. 끝까지 마음 상하는 하루였다. 하지만 일일이 어떻게 마음 쓰며 살겠는가. 주위 눈총에 연연해하며 살았다면 자유롭지도 당당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싱글의 자유와 당당함은 여유 있는 정신세계를 말하는 것이지 물질적인 것이 아니다. 현명한 싱글은 자신에게 닥치는 불행이나 편견 따위에 구속되지 않는다. 오히려 딛고 일어서는 강경한 의지와 힘이 있기에 이 한 세상 굳세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황명화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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