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잠 깨고… 비평의 새봄

  • 입력 2007년 4월 27일 03시 02분


《예전에는 웬만한 문학 독자에겐 평론도 공통 교양이었다. 문학 엘리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평론은 그러나 1990년대 말 이후 침체를 겪는다. 문학 자체의 위기로 논쟁적인 이슈를 찾기가 어려웠던 데다 새 감각을 찾아 줄 젊은 문학도들은 평론보다 연구에만 몰두했다. 이런 평단이 최근 확 젊어졌다. 평론가 신형철(31) 씨가 올해 초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 평론가 강유정(32) 씨는 계간 ‘작가세계’ 편집위원이 됐다. 최연소 평론가로 꼽히는 허윤진(27) 씨는 계간 ‘세계의문학’ 편집위원으로 합류했다. 모두 2∼3년 새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평론가들이다.》

■ 작가들 세대교체 따라 젊은 평론가들 전면에

이뿐 아니다. 올해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복도훈(35) 씨와 강계숙(35) 이수형(35) 정여울(31) 차미령(31) 씨 등이 문예지 기고와 작품집 해설을 통해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일군의 젊은 평론가들의 등장으로 “다시 비평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선배 평론가 이광호(44) 씨는 “문학생산자 층의 세대적인 교체와, 생산자를 호명하는 비평가 층의 세대적인 교체가 시차를 두고 진출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한다. 1970년대생 이후의 작가들이 2000년대 이후 가장 왕성한 창작력을 보이는 세대로 자리 잡으면서 동세대 평론가들이 더불어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한 세대 작가들의 감수성을 잘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데는 같은 세대의 비평가들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 30대 평론가들은 대부분 또래 작가의 작품을 분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다 선배들이 하지 않았던 다양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새 세기에 문학이 맡아야 할 역할과 의미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젊은 평론가들이 앞선 비평가들과 구분되는 점에 대해 염종선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장은 “무엇보다 글쓰기 방식도, 이데올로기 면에서도 자유롭다”고 말한다. 우리 평단은 오랫동안 순수-참여, 모더니즘-리얼리즘 등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보여 왔으며 이전 평론가들은 이런 ‘진영의 구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젊은 비평가들은 이데올로기에 따른 글쓰기가 아니라 텍스트 친화적인 자유로운 비평을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문학평론에만 머물지 않고 문화 전반을 넘나들면서 비평하는 것도 이들의 특징. 최근 평론집 ‘오이디푸스의 숲’을 낸 강유정 씨는 영화평론가로도 활약 중이다. 정여울 씨는 첫 평론집 ‘아가씨, 대중문화의 숲에서 희망을 보다’에서 영화와 문학을, 고전 교양과 드라마를, 외국 시트콤과 인문서를 접속했다. 이뿐 아니라 많은 젊은 평론가의 글에서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과 영화, 뮤지컬의 한 장면이나 대사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강 씨는 “문학작품을 판단하는 기존 잣대에 의지하지 않고 새로운 시각과 기준을 찾으려는 게 젊은 평론가의 공통된 의식”이라면서 “이를 위해 영화, 드라마 등 다른 문화 분야와의 통섭도 기꺼이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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