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을 탁월하게 해석해 줄 수 있는 이론가 중 한 명은 르네 지라르일 것이다. 그는 인간성의 폭력의 기원에 모방이 숨어 있음을 갈파한 거의 최초의 인물이다.
지라르는 이 책에서 악수와 인사, 선물 교환과 같은 일상적 상호 모방이 인간사회에서 얼마나 수많은 갈등의 원인이 되는지를 상기시킨다. 반미주의나 반서구주의도 미국과 서구를 흉내 내려다 실패한 욕구 불만의 분출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구조주의나 탈구조주의처럼 ‘차이’에 초점을 맞춰 온 학계의 풍토를 비판하면서 그 관심을 인간 보편의 조건으로 되돌림으로써 이를 극복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시작은 모방을 저급한 것이나 치욕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 보편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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