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풍속으로 본 유럽의 속내

  • 입력 2007년 4월 28일 03시 02분


모랭의 ‘그녀는 바지를 입으려고 하지’. 바지는 남성을 상징했다. 1830년 무렵. 사진 제공 미래 M&B
모랭의 ‘그녀는 바지를 입으려고 하지’. 바지는 남성을 상징했다. 1830년 무렵. 사진 제공 미래 M&B
《시대를 풍자한 예술가들의 보금자리였던 카바레, 당대의 억압에 도전하거나 순응하는 여성을 풍자한 캐리커처.

이를 통해 유럽의 역사를 되짚은 두 권의 책이 나왔다. 》


◇카바레-새로운 예술 공간의 탄생/리사 아피냐네시 지음·강수정 옮김/408쪽·1만8000원·에코리브르

엉성한 쇼가 펼쳐지는 싸구려 술집. 서구 사람들도 카바레 하면 이런 이미지를 떠올리는 듯하다. 애초 카바레는 전위 예술가들의 실험 무대였다. 이 책은 저항과 풍자의 예술공간이었던 유럽 카바레의 역사와 문화, 카바레를 꽃피웠던 예술가의 삶을 조명한다. 카바레의 저항정신이 고조됐던 1920, 30년대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에서 유머로 시대에 저항한 반골들의 공연 이야기를 통해 당시 예술상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초의 예술 카바레는 시인 로돌프 살리가 1881년 프랑스 몽마르트르에 문을 연 ‘샤 누아르’(검은 고양이). 처음에는 이곳에서 예술가들이 잡담을 나눴다. 폐쇄적인 클럽에 호기심이 집중되자 살리가 술을 팔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도전과 풍자의 시대정신으로 뭉친 예술가들이 통렬한 재치와 전염성 강한 웃음이 가득한 공연을 펼치는 카바레의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의 카바레 정신을 숨김없이 나타내는 삽화들이 매력적이다.


◇캐리커처로 본 여성 풍속사/에두아르트 푹스 지음·전은경 옮김/748쪽·3만8000원·미래M&B

‘풍속의 역사’로 국내 독자에게도 잘 알려진 에두아르트 푹스의 저작. 역사는 대부분 남성의 시각으로 서술되기에, 역사 속의 여성도 남성의 눈을 거쳐 재구성된다. 캐리커처는 어느 역사서보다 이런 여성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캐리커처의 농담과 풍자, 유머를 통해 16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성도덕과 결혼, 패션, 직업 등 여성의 풍속과 사회상을 펼쳐 보인다. 당대 유명 풍자 화가의 작품을 포함해 500점의 캐리커처를 담았다.

가정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유부녀는 ‘불경’했다. 캐리커처는 동물로 묘사된 남편의 등에 올라앉아 채찍을 휘두르는 부인을 비꼰다. 저자는 이런 캐리커처는 쉽게 찾을 수 있는 반면 매일 악용됐던 남편의 지배권을 풍자한 작품을 찾으려면 품이 많이 든다고 비꼰다. 이 책에 대해 저자 스스로 “여성이 견뎌야 했던 인생의 비극에 관한 가장 음울한 표현이자 거울”이라고 했던 말이 잘 어울린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