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97>千里之堤, 潰于蟻穴

  • 입력 2007년 4월 30일 03시 01분


機微(기미)라는 말이 있다. 이 경우의 機는 조짐이나 전조라는 뜻이고, 微는 미세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機微는 조짐이 미세하다, 즉 미세한 조짐이나 잘 보이지 않는 조짐이라는 뜻이다. 사람은 항상 기미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기미는 실로 미미하지만 큰일의 흐름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큰일을 하려는 사람은 기미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집단이나 조직이나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옛날 사람은 모든 일에 항상 기미가 나타나게 마련인데 이를 몰라보면 하늘의 뜻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千里之堤(천리지제), 潰于蟻穴(궤우의혈)이라는 말이 있다. 千里는 천리나 되는 거리, 즉 먼 거리를 뜻한다. 千里馬(천리마)는 천리를 달리는 말이고, 千里香(천리향)은 천리를 가는 향기를 가진 식물을 말한다. 堤는 방죽이라는 뜻이다. 堤防(제방)은 방죽을 막아주는 것, 즉 방죽을 둘러싼 둑이라는 말이다. 防은 막다라는 뜻이다. 潰는 물로 쓸어버리다라는 뜻이다. 潰滅(궤멸)은 물로 쓸어버리듯 멸망시키다라는 뜻이다. 于는 대개 ‘∼에, ∼에서’라는 뜻으로 사용되지만 여기에서는 ‘∼에 의하여’라는 뜻이다. 蟻는 개미라는 뜻이고, 穴은 구멍이라는 뜻이다.

이런 뜻을 정리하면 千里之堤, 潰于蟻穴은 천리나 되는 방죽도 개미가 파놓은 구멍에 의해 무너진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하면 조그만 일도 이를 무시하면 큰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종류의 작은 일은 작은 일이 아니다. 큰일을 할 사람은 작은 일을 조심하여 큰일의 성취를 도모한다. 작은 일을 작은 일로만 보거나, 보려는 사람은 결코 현명한 사람이 아니다. 사리가 분명하고 명석한 사람은 작은 일의 흐름에서 큰일을 본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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