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목마른’ 객석

  • 입력 2007년 5월 2일 03시 00분


세계 공연 문화의 중심지로 불리는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의 빅토리아팰리스 극장. 뮤지컬 ‘빌리 엘리엇’을 상연하는 이곳에서 지난달 말 낯선 객석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막이 오르기 전 관객들은 저마다 주스를 담은 페트병, 맥주가 든 플라스틱 잔 등을 손에 들고 입장했다. 공연 내내 객석에서 음료수나 맥주를 마시고 초콜릿을 먹는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제지하는 스태프는 없었다. 뮤지컬 ‘매리 포핀스’를 공연하는 프린스에드워드 극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내의 경우는 다르다. 관객들은 공연 도중 갈증을 느껴도 참아야 한다. 세종문화회관이나 호암아트홀은 공연장 안으로 음료수나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을 차단한다. “공연 도중 휴대전화를 받아도 된다”고 안내를 해 주는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전용극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서울 예술의 전당이나 LG아트센터 등 일부 공연장에서 ‘투명한 생수 페트병’만 허가하고 있을 뿐이다.

극장은 밀폐돼 있는 데다 습도가 낮아 갈증을 느끼기 쉽다. 기관지가 약한 관객이나 건조한 계절에는 견디기 어려울 때도 많다.

공연 관계자들은 음식물을 통제하는 이유로 “좌석과 바닥에 얼룩이 남는다. 습기가 음향기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연주자에 대한 관객의 에티켓’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음향의 여운까지 감상하는 클래식 공연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객석에서 물을 마시는 소리조차 방해가 된다. 그러나 뮤지컬이나 댄스 공연 등 관객이 웃고 박수치며 함께 즐기는 공연에서는 맥주 반입을 허용하는 런던의 극장처럼 좀 더 관객의 편의를 도모해도 되지 않을까.

‘퀴담’의 내한 공연을 기획한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이유진 과장은 “공연장 내에서 종류에 상관없이 음주와 취식을 허용해 논란이 일었으나 관객의 만족도는 오히려 높았다”고 말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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