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폭탄 또 터지나” 방송계 초긴장

■ 연예기획사 F社, 주식로비 의혹 수사

방송계에 소문으로 떠돌던 이른바 ‘주식로비’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방송계에 한바탕 소용돌이가 몰아치게 됐다.

검찰 수사 결과 유명 PD를 포함한 방송 관계자들이 주식을 받은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주식을 제공한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 배임증·수재 혐의로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F사는 2005년 4월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사세를 급격히 확장했다.

1990년 골프의류와 골프공 제조업체로 시작한 F사는 2005년 음반기획사, DVD회사, 매니지먼트회사 3사의 합병 및 주식교환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영상물 해외 판권 판매 전문회사, 영화제작사를 통해 MC전문 매니지먼트사를 인수하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왕좌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F사로서는 PD 등 방송 관계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야 자기 회사 소속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 기회가 늘어나고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F사는 지상파 TV 3사의 인기 오락프로그램에 자사 소속 연예인들을 투입하고 있으며 일부 프로그램은 제작에까지 참여하고 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은 자신들의 입지까지 흔들릴 정도로 F사의 파워가 막강해졌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F사에는 개그맨 S, Y, K 씨, 가수 I 씨, 영화배우 S 씨 등 80여 명의 최정상급 연예인이 소속돼 있다. 최근에는 유명 아나운서 출신 2명도 영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검찰은 국세청의 고발로 F사 대주주 이모(45) 씨 등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뒤 F사 전현직 관계자를 소환 조사하는 한편 방송사 소재 지역의 증권사 계좌를 통해 방송 관계자들의 F사 주식 보유 현황을 파악해 왔다.

F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아직은 공식적으로 밝힐 단계가 아니다”면서 “내부 조사보다는 일단 지켜볼 것이며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기존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연예계에서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F사에 대한 검찰의 내사설, 국세청 조사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주식로비’ 의혹이 확인될 경우 5년 만에 검찰과 연예계의 악연이 재연되는 셈이다. 2002년 검찰은 연예기획사의 횡령 및 로비 혐의를 수사해 연예기획사 관계자와 방송·신문 관계자 등 16명을 구속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연예계에서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방송사 PD 등이 사전 정보 취득을 통한 내부자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F사가 코스닥에 우회상장을 했을 당시 연예계와 방송계에는 F사 주식 매입 열풍이 불었다.

이런 움직임은 당시로서는 연예기획사의 주식시장 상장이 그다지 흔치 않은, 태동기였던 데다 전임 대표가 오랜 기간 연예계에서 일해 오며 나름대로 실력을 인정받아 온 인물이어서 가능했다.

이와 관련해 연예계에서는 “○○가 F사에 투자해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는 소문을 비롯해 “한 방송사 PD는 10억 원대를 벌어들여 회사에서 자체 내부감사를 받자 퇴사했다”는 등의 루머가 무성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