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99>瞬息萬變

  • 입력 2007년 5월 4일 03시 01분


어떤 종류의 변화는 참으로 느리게 오는 것같이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마치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국가의 발전적 변화가 그렇고, 내가 살아가는 사회의 제도적 변화가 그렇게 느껴진다. 그러나 어떤 변화는 너무나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다. 겨울이 오는가 싶은데 벌써 봄이 가고, 꽃이 피는가 싶은데 이미 지는 꽃잎이 바람에 나부낀다. 그래서 당나라 이태백의 시에는 ‘朝如靑絲暮成雪(조여청사모성설)’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朝’는 ‘아침’이라는 뜻이다. ‘如’는 ‘같다, 동일하다’는 뜻이며, ‘靑絲’는 ‘푸른 실’이라는 뜻이다. ‘暮’는 ‘저녁’이라는 뜻이다. ‘成’은 ‘이루다’는 뜻이며, ‘雪’은 ‘눈’이라는 뜻이다. 이 구절은 ‘아침에는 푸른 실같이 윤기가 돌던 머리털이, 저녁에는 흰 눈발처럼 나부낀다’는 것을 나타낸다. 어떤 변화는 이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다.

‘瞬息萬變(순식만변)’이라는 말이 있다. ‘瞬’은 ‘눈을 깜짝이다’라는 뜻이고, ‘息’은 ‘숨을 한번 쉬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瞬息間(순식간)’은 ‘눈을 깜짝이고, 숨을 한번 쉬는 사이’, 즉 ‘아주 짧은 시간’을 나타낸다. ‘萬’은 ‘일 만’을 나타내며, ‘變’은 ‘변하다’라는 뜻이다. 이러한 뜻을 정리하면 ‘瞬息萬變’은 ‘눈을 한번 깜짝이고, 숨을 한번 쉬는 사이에 만 가지가 변한다’는 말이 된다. 세상에는 이렇게 빨리 변하는 것이 있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한번 서운하면 그동안의 은혜를 모두 잊기도 하고, 이와 반대로 평생의 서운함이 따스한 한마디 말로 잊혀지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빨리 변하는 것 중의 하나는 국민의 마음, 즉 민심이다. 민심은 하루아침에 모아지기도 하지만 하룻저녁에 풀어지기도 하며, 이곳으로 모아졌다가 저곳으로 가기도 한다. 민심은 어떤 때는 무른 것같이 보이지만 어떤 때는 가을날의 서리처럼 무정한 것이다. 민심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이를 명심해야 한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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