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 로버트 루빈, 조지프 스티글리츠, 스탠리 피셔, 로런스 서머스…. 어딘가 귀에 익은 이름들이다. 특히 1997년 ‘대환란(大換亂)’의 공포를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들이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당시 한국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던 인물이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저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일본 대장성 국제금융국장, 재무관 등으로 근무하면서 ‘미스터 엔’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국제 외환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다. 특히 IMF에 대항하기 위해 그가 주창한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론은 당시 미국의 견제로 무산된 바 있다.
이 같은 개인사 탓인지 그가 보는 IMF나 위에서 언급한 인물들에 대한 평은 적어도 미국에서 외환위기를 바라보는 ‘주류적 관점’ 또는 ‘시장근본주의적 관점’과는 거리가 멀다.
두 사람과 함께 그가 주목했던 인물은 ‘정보의 비대칭성’ ‘정보의 불평등성’이라는 개념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1997년 세계은행 수석부총재였던 스티글리츠는 외환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대한 IMF의 무자비한 긴축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던 인물. 그는 1997년 도쿄의 한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워싱턴 컨센서스(미 재무부, IMF, 세계은행 등을 중심으로 한 시장원리주의 정책체계)의 잘못을 바로잡자”고 저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저자는 외환시장을 움직여 온 인물들에 얽힌 이야기 이외에도 환율게임과 친해지는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환율과 연애의 공통점’을 비교하기도 하고,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 책의 장점은 환율 문외한도 읽기에 어려움이 없다는 점. 또 미국이 아닌 아시아적 관점에서 환율시장을 보려 했다는 점일 것이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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