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타결로 한미동맹이 포괄적 동맹으로 거듭났다는 평가가 무성한 가운데 도착한 이 책은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주장을 담은 듯 보인다. 2004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한미 간 달라진 안보 이익 때문에 한미동맹은 이제 우호적인 결별을 준비해야 할 때”라는 주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카토(CATO)연구소의 테드 카펜터 부소장과 더그 밴도 선임연구원의 공저인 이 책의 원제는 ‘한국의 수수께끼(The Korean Conundrum)’이다. 무엇이 수수께끼인가.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인의 이중적 의식이다.
무릇 동맹이란 상호주의에 입각해야 한다. 한쪽이 전쟁에 휘말리면 다른 한쪽도 자동 개입해야 한다. 미국은 엄청난 피해를 무릅쓰며 6·25전쟁에 개입해 한국을 지켜 줬고, 3만7000명의 주한미군이 인계철선 역할을 자임하며 한국이 세계 12위의 경제력을 지닌 국가로 도약하는 발판을 제공했다.
만일 미국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7000만 한국인은 ‘공산주의 통일국가’의 폭정 아래 빈곤에 신음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보우산 속으로 무임승차한 한국에선 고맙다는 말은커녕 ‘양키 고 홈’의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전 전투병력 파병 요청은 외면 받았고, 대만에서 유사사태 발생 시 한국의 지원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비대칭적 동맹은 비대칭적 대우를 낳는 게 당연하지만 한국은 방위비 분담의 축소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을 통한 동등한 대우를 요구한다.
저자들은 이런 ‘배은망덕’의 원인을 오히려 미국의 과잉보호심리에서 찾는다. 그들은 한미동맹의 성공으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낮다고 분석한다. 그들은 주한미군의 철수로 한국은 안보 부담은 늘겠지만 ‘자주국방’의 꿈을 이룰 수 있고 미국은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그들의 시선은 독립할 시기에 이른 자녀를 부모의 품 안에 계속 가둬 두면 의존성과 반발심이 동시에 커진다는 교육심리학을 연상시킨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이는 책의 부제에서 표현한 것처럼 ‘미국 보수주의의 눈’이 아니라 좀 더 리버럴한 ‘현실주의의 눈’이란 점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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