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인간의 자유의지라…뇌세포가 웃습니다

  • 입력 2007년 5월 5일 03시 01분


미국 뉴욕대 의학센터에서 만든 청각 자극을 나타내는 3D 영상 스캔. 잠자는 동안 뇌는 아주 큰 소리를 제외하고 어떤 청각 정보에도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사진 제공 북센스
미국 뉴욕대 의학센터에서 만든 청각 자극을 나타내는 3D 영상 스캔. 잠자는 동안 뇌는 아주 큰 소리를 제외하고 어떤 청각 정보에도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사진 제공 북센스
◇꿈꾸는 기계의 진화/로돌프 R 이나스 지음·김미선 옮김/420쪽·1만8000원·북센스

◇의식의 재발견/마르틴 후베르트 지음·원석영 옮김/319쪽·1만3800원·프로네시스

소개팅을 두 번 했다. 수수한 외모의 A 씨는 같은 지역에 살고 야구를 좋아한다는 취향도 같아 자연스러운 접촉 기회가 많다는 점이 좋았다. 일주일 뒤 만난 세련된 외모의 B 씨는 사는 곳이나 직장이 먼 곳에 있어 데이트 장소를 고르기도 까다롭고 만날 기회도 적어 망설여졌다. 그러나 B 씨는 오랫동안 꿈꿔 오던 이상형이었다. 누구와 계속 만나야 하나….

뇌과학자들에 의하면 이런 고민의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자유의지를 갖고 선택한다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착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들에 따르면 상대방을 만나고 나의 뇌에 저장된 경험들이 일으키는 신경세포 자극은 벌써 선택을 한쪽으로 이끌어 낸 상태다. 그 과정에서 일으키는 갈등은 서로 다른 신경세포들이 일으키는 세력 싸움일 뿐이다.

요즘 뇌과학이 각광을 받고 있다. 뇌과학이 이토록 주목을 끄는 이유는 그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던 인간의 사유 과정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 결과를 내놓아 설명하기 때문이다. 뇌과학자들은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통해 인간의 이성은 물질적 작용에 불과하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아 인문학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의식의 재발견’은 이러한 뇌과학자들의 도발적 주장과 이에 반발하는 인문학자 간의 쟁점을 다룬 책이다. 저자인 마르틴 후베르트는 철학박사이자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로 독일에서 15년 동안 뇌 분야 관련 활동을 해 왔다.

그의 결론은 인간의 자유의지는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의학전문대학원의 신경과학자 알바로 파스쿠알 레온의 시험이 대표적인 예. 시험 대상자들 모르게 좌뇌를 통과하는 자기자극을 가했던 그는 자기자극이 없을 경우보다 오른손 드는 확률이 20%가량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시험 대상자들은 그것이 그들의 자유의지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것은 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얻는 반응의 일종이며 상황에 대처하는 이성적 사고라는 것도 뇌세포에 저장된 경험의 결합을 통한 반응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뇌과학 책 ‘꿈꾸는 기계의 진화’도 비슷하다. 인간이 진화하며 뇌의 운동을 조절하는 것에서 마음과 그 본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근육에 자극이 오면 신경세포들이 반응해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처럼 생각도 뇌세포의 운동 과정일 뿐이라고 말한다. ‘자아’에 대해서도 인간의 내부와 외부에서 받은 감각을 뇌에서 결합하는 작용이라고 설명한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기분이 좋아질 때, 화를 낼 때, 물건을 사고 싶을 때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판명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미국의 신경철학자 폴 처치랜드는 “언젠가 모든 심적 활동은 신경활동에 대한 진술로 번역될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원제 ‘I of the vortex’(꿈꾸는 기계의 진화·2002년), ‘Ist der mensch noch frei?’(의식의 재발견·2006년).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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