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바: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랄프 레이튼 지음·안동완 역/350쪽·1만2000원·해나무
5월이다. 자연도, 학생들 얼굴에도 웃음이 많아졌다. 좋은 계절에 여행을 떠나 볼까. 꿈꾸던 곳 있다면, 그곳에 가는 방법을 연구해 보는 것도 좋겠다.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는 상상력, 일상의 탈출구다.
친구가 필요하다면 리처드 파인만을 추천한다. 이 책은 몽골과 러시아 사이의 작은 나라, 투바 자치공화국으로 가는 여행기이다. 파인만과 그의 젊은 친구 랄프 레이튼은 소련의 영향력 아래 있는 나라, 투바를 순수하게 사랑했다. 이 책을 따라 두 사람이 즐긴 11년간의 끈질기고 간절한 여행에 동행해 보자.
그런데 왜 투바일까. 레이튼이 파인만 가족과 나라 이름 대기 놀이를 할 때의 일이다.(1977년) “그럼 탄누 투바에 무슨 일이 있었지?” “선생님, 그런 나라는 없어요.”
신기한 이름의 나라 투바, 게다가 수도 이름 키질(Kyzyl)에는 모음이 하나도 없었다. 모음이 없는 도시는 얼마나 재미있을까! 단지 그 이유로 호기심 많은 두 어른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당시는 냉전시대, 미국인이 소련 영토를 자유롭게 여행하기란 어려울 터다. 그래서 이 책의 묘미는 두 사람의 창의성 넘치는 여행 준비 과정에 있다. 우선 도서관에서 ‘투바, 키질, 유목민, 몽골’ 등의 검색어로 자료를 수집한다. 참고 문헌이나 투바 관련 기사의 작성자를 알아내어 도움을 요청한다. 자동차 번호판에 ‘투바’라는 글을 새겨 넣어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투바를 아는 사람을 찾기 위해 라디오모스크바에 글을 투고한다….
망망대해에 쪽지가 든 병을 띄우는 심정으로 투바를 향한 편지 쓰기도 감행한다. 그곳에 언어문학역사연구소와 2개의 학교가 있다는 정보. 투바어-몽골어-러시아어 관용구 사전을 구한 뒤, 그 옆에 영어-러시아어 사전을 놓고 3차 번역을 거쳐 글을 쓴다. 엉성하지만 성의 있는 관심 편지를 받은 투바인의 심정을 상상해 보게 된다.
10여 년의 여행 준비로 두 사람은 미국 내 투바 전문가가 되었다. ‘아시아의 중심 기념비’가 있다는 투바는 두 사람의 영혼을 끌어당기는 성지였다. 그들은 투바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 투바로 가는 길을 여행했다. 여행이 곧 인생이고, 인생은 곧 여행인 셈이다.
드디어 1988년, 자물쇠가 열리고 레이튼은 투바에 들어갔다. 그러나 파인만은 4개월 전 이미 세상을 떠났다. 노벨상을 탄 세계 물리학계의 거장. 과학자 자격으로 쉽게 갈 수 있는 그곳을 파인만은 한 걸음씩 걸어갔다. 바로 영원한 어린아이 파인만의 방식이다.
인생은 산 정상에 있지 않고 오르는 과정에 있다. 학생들이 살아가는 오늘 하루가 바로 투바일지 모른다. 구술에서 자주 묻는 인성 관련 질문들은 바로 그 오늘들을 궁금해 한다. 파인만과 레이튼의 우정처럼 우리도 친구와 함께 마음의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 교사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