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시나리오 작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의 감독 노라 에프런.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스크린에서 유명한 이 여성은 뛰어난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여자로 산다는 것’에 대한 노라 에프런의 생각 모음이다. 환갑이 훌쩍 넘은 이 여성의 입담이 보통 재치 있는 게 아니다. 시니컬하게, 때론 신경질적으로, 그렇지만 청승은 쏙 뺀 문체로 에프런은 여자로 살아가기의 어려움을 ‘툴툴댄다’.
우선 나이를 속일 수 없다는 여성의 목 얘기. 언제부턴가 친구들은 하나같이 터틀넥 스웨터를 입거나 단체로 스카프를 매고 나온다. 그냥 ‘주름진 목’이 아니다. ‘칠면조 수컷같이 쭈글쭈글한 목, 피부 전체가 주르르 흘러내린 목…’. 나이 들어 현명하고 슬기로운 인간이 되는 건 멋진 일이라고 떠드는 책만 보면 에프런은 속이 뒤집어진다. 이 사람들은 목도 없나?
여자한테 외모는 얼마나 중요한지! 대학 입학 후 석 달 만에 몸무게가 10kg 불어난 에프런. 오랜만에 딸을 본 아버지는 어머니한테 말씀하셨다. “쟤 인간성을 보고 데려갈 놈이 있을 거야.” (누가?) 에프런은 곧바로 다이어트에 돌입해 10kg을 뺐으며, 지금까지 다이어트를 하고 있단다.
머리 염색에 피부 관리에 갖가지 요리법까지, 여자가 챙겨야 할 건 왜 이렇게 많은지. 에프런은 솔직하게 짜증내고 또박또박 따진다. 그 수다가 웃음 폭탄이다. 코미디 영화 같은 글을 읽다 보면 고단한 인생을 위로하는 것은 유머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막연하고 순진한 생각을 할 독자들에게 에프런은 한 방 날린다.
“칙칙해지지 말자.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보자. 먹고, 마시고, 흥겨워해라. 순간에 충실해라. 삶은 계속된다. 이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말을 되뇌어라.” 뭐라고? “그렇다고 별 수 있나?”라고.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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