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으니까 그렇지유. 지는 어릴 적에 다리를 다쳐 평생 달리지 못하는데 얼마 전부터 조금씩 달리는 연습을 했지유. 올해 3월에 마라톤 대회를 나갔는데 글씨, 하프 마라톤을 1시간 56분에 달렸지 뭐유. 그게 바로 꿈인 것 같아유. 되든 안 되든 믿고 해보는 거…"
"나이 마흔 여섯에 가수는 무슨…"이라는 소리를 들어야했던 충청도 촌놈. 그러나 그는 1996년 이후 2년 마다 해오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콘서트를 10년 째 매진시키고 있다. 그런 그의 새로운 꿈은 바로 미국. 다음달 2일 뉴욕의 뉴욕시티센터를 시작으로 시카고(9일), 워싱턴(17일), 로스앤젤레스(24일) 등 4개 도시에서 총 1만여 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 '사람이 그리워서'를 펼칠 예정이다. "이런 촌놈이 미국 가는 거 자체가 재밌잖유"라며 웃는 그는 마치 구멍난 양말 같다.
"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 초청을 받아 갔는데 아, 내 공연 전에 아프리카 아줌마들이 나와서 내 기를 완전 죽여놨지 뭐유. 그 때 그냥 '부족한 걸 보여주자'라고 마음먹고 무대에 올라갔는데 갑자기 다들 박수치고 환호를 해주더라구유. 내 음악에는 그들이 가지지 않은 톡 쏘는 '악센트'가 있으니까유. 마늘, 고추장 같은 거지유."
그가 미국 순회공연을 결심한 것은 '가능성' 때문이었다. 3년 전 워싱턴 공연 당시 1500석이 모두 매진이 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확인했고 이는 곧 "제대로 내 음악을 펼쳐보자"고 이어진 것. 그의 미국 공연이 뜻 깊은 것은 바로 국악에 가까운 음악으로 미국인들 앞에 선다는 것이다. 비나 보아의 음악이 '양복'이라면 그의 음악은 '한복'인 셈. 어마어마한 좌석을 다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는 "관객이 한 명이라도 한국 음악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목표"라며 자신감을 내비추었다.
"미국은 내 음악적 시험 공간이라 생각해유. 그래서 그들의 감성을 어떻게 건드릴 수 있을지 걱정도 되긴 해유. 내 음악을 '월드뮤직'이라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유. 에휴, 그냥 2시간 반 동안 앞에 놓인 마이크랑 치열하게 싸울거유."
그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것은 무엇일까? 그는 "무조건 국악을 한다고 한국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적 신념, 한국적 혼이 담긴 예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그는 미국인들에게 '팬서비스'로 보여줄 이벤트도 관심없는 눈치였다. 영어 잘 하는 친구한테 부탁한 인사말 한 문장이 전부. 미국인들이 좋아할 스탠다드 팝 역시 부를 계획이 없단다. "내가 팝송 부른다고 감동하겄어유?"라며 껄걸 웃는 그의 얼굴은 빈틈투성이. 그러나 그 빈틈은 곧 '희망'과도 같아보였다. 지난해 발표한 그의 신곡 '희망 한 단'의 제목처럼. 그 희망의 실체는 무엇일까?
"아이쿠, 그냥 한국에도 이런 별종이 있다 보여주고 싶을 뿐이지 '한류'고 뭐고 그런 건 없어유. 그저 동대문에서 싸게 맞춘 한복 입고 고무신 신은 내 모습 자체가 대한민국이지유. 그들이 뭐라해도 두루마기 입으면 내가 한국의 '슈퍼맨', '스파이더맨'이 되는 거지유. 허허."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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