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부끄러움’부터 잡으세요

  • 입력 2007년 5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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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은 유방암 다음으로 발병 빈도가 높은 여성 암이다. 세계적으로 한 해에 평균 50만 명이 걸려서 약 27만 명이 숨진다. 국내에선 약 4300명이 걸려 1100여 명이 숨진다. 이 암은 유일하게 발병 원인과 예방법이 알려진 암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선 발생 빈도와 사망자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발병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정한 제1회 여성의 날(10일)을 계기로 자궁경부암의 단계별 예방법을 알아본다.》

○ 1단계: 13세 무렵 맞는 백신

자궁암은 암이 생기는 부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자궁경부암은 자궁 초입인 경부에 발생하는 암이며 자궁 깊숙한 곳에 생기는 자궁내막암, 자궁근육에 생기는 자궁육종도 있다.

이중 자궁경부암이 가장 흔해 전체 자궁암의 80%를 차지한다. 자궁내막암은 여성호르몬과 관련이 있으며 자궁육종은 특별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남주현 이사장은 “여성의 성생활 연령이 낮아지면서 자궁경부암 환자가 늘고 있다”면서 “다른 암과 달리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예방법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때문에 생긴다. 이 바이러스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암에 걸리는 건 아니지만 그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자궁경부암은 이 바이러스 예방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예방백신이 나와 있는 유일한 암이다.

HPV는 성관계 혹은 성기 접촉을 통해 옮겨진다. 성관계를 시작하는 나이가 이른 서구에서는 성 접촉 이전인 9세 무렵에 예방백신을 맞히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 여성은 13세 무렵이 적정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성 경험이 없는 여성이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HPV 예방백신을 맞아도 좋다.

다국적 제약사인 MSD의 ‘가다실’이 미국 호주 등지에서 120달러(1회 주사 기준)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선 올해 말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GSK ‘서바릭스’는 미국에서 먼저 판매되며 한국에는 내년쯤 시판될 예정이다

HPV라고 해서 모두 암을 일으키는 건 아니다. HPV로 이름 붙여진 바이러스 종류만 해도 100여 가지다. 이 가운데 15가지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성 바이러스다. 16형, 18형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 발생 원인의 70%를 차지한다. 예방백신은 이 16, 18형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것이다. 예방백신으로 모든 고위험성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 2단계: 성 경험 있는 사람은 매년 자궁세포 검사를

성생활을 시작했다면 매년 자궁세포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한국에선 미혼 여성이 산부인과를 찾는 일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병을 예방하는 게 먼저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자궁세포 검사 대상 가운데 10∼15%는 이상이 있는데도 없다는 판정을 받는다. 의료진이 수만 개의 세포를 일일이 들여다보다 놓치는 비율이다.

자궁검사와 함께 HPV 테스트를 함께 받으면 오진 가능성을 줄이게 된다. 이미 고위험 HPV에 감염돼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해 더 자주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성생활을 시작한 여성의 15%는 HPV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HPV에 감염된 사람의 80% 정도는 수개월∼2년 만에 저절로 낫게 된다. 하지만 일단 발암성 HPV에 노출되면 한 유형을 극복하더라도 다른 유형에 노출되기 쉬우므로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세포검사와 HPV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으면 2∼5년은 안심해도 된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 3단계: 암이라도 최선을 다해 조기 발견을

예방 노력은 사실상 2단계로 끝난다. 예방에도 불구하고 자궁경부암에 걸리면 암 세포가 커지기 전에 조기 발견해 수술하는 게 최선이다. 자궁경부암은 5∼1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일년에 한 번씩 검진하면 암세포가 커지기 전에 찾아낼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0기부터 4기까지 있다. 0기는 아직은 암이 아니지만 방치하면 암이 되는 단계다. 이때 발견하면 ‘원추 절제’로 자궁경부의 일부 세포만 잘라내면 된다. 입원하지 않고 하루 만에 수술을 마치고 집에 갈 수 있다. 자궁의 보존 및 임신이 가능하다.

1기부터는 원칙적으로는 자궁을 들어내야 한다. 자궁이 남아 있으면 재발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1기 중에서도 암 세포 크기가 3mm 이내인 초기 단계라면 일부만 절제하는 수술을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커지면 자궁을 대부분 들어내야 하고 심하면 골반 벽, 질 등 자궁 주변 기관까지 함께 수술해야 한다. 2기 후반기부터는 수술조차 할 수 없어 항암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성관계 뒤나 폐경 이후 피가 나면 자궁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이므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성관계로 옮는 질환이므로 파트너를 자주 바꾸면 감염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도움말 : 대한산부인과학회 남주현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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