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를 잡은 백재현은 “‘루나틱’의 성공은 여러분의 덕택”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신병원 환자들의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다룬 ‘루나틱’은 2004년부터 3년 동안 30여만 명의 관객을 기록하고 지난해 연간 뮤지컬 예매순위 1위에 올랐다. 창작뮤지컬로는 드물게 2006년 매출액이 40억 원을 웃돌았다.
그러나 성공을 자축하는 그의 모습은 머리카락이 흐트러지고 눈이 풀리고 지쳐 보였다. “술을 좀 마셨다”고 밝힌 백재현은 이내 ‘루나틱’을 만들며 겪은 재정적 어려움과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관객들이 열심히 찾아주는데도 저는 얼마 못 벌었어요. 그동안 쓴 돈이 너무 많아서 아직 내 집도 없이 겨우 월세 집을 전전하는 처지이고…”
그는 창작뮤지컬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하다가 “브로드웨이 뮤지컬만 최고라고 치부하는 현실에 울화가 치민다”며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
이날은 ‘루나틱’의 ‘재미 요금제’가 운영된 날이었다. 관객이 작품을 보고 ‘재미’를 느낀 만큼 자율적으로 돈을 내는 ‘재미 요금제’는 일반 유료티켓(4만 원) 예매와 함께 매주 월요일에 적용된다.
백재현의 눈물에 관객들도 감동을 받은 것일까. 동양아트홀 측은 “평소 ‘재미 요금제’를 선택했던 관객 한 사람이 평균 낸 돈(1만8000원)에 비해 이날은 이 요금제를 선택한 34명의 관객이 88만7000원을 지불해 1인이 2만6000원씩 낸 셈”이라고 밝혔다. 이는 20여 분에 걸친 무대인사, 즉 ‘백재현 독무대’의 힘이 아니었을까.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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