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우산 수선집을 찾았을 때 요즘도 과연 우산을 수선해 쓰는 사람들이 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주인 박일문(68) 씨의 대답은 “그렇고 말고”였다. 50대 아주머니 한 명이 증명이라도 하듯 곧바로 들어오더니 “맡겼던 우산 다 고쳐놨나요”라고 묻는다.
박 씨는 수선 후 보관해 놓았던 우산 3개를 일일이 펴 툭툭 쳐 보인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듯.
아주머니는 우산을 맡길 때 이미 흥정이 끝났는지 3000원을 내놓았다.
우산이나 양산은 살 수리가 대부분인데 땜질하느냐, 부분 또는 전부를 바꾸느냐에 따라 개당 1000∼2000원이 든다. 우산대 교체는 가장 비싼 7000원이다.
박 씨는 “장마철이면 하루 15건가량의 우산과 양산 수리 의뢰가 들어온다”며 “앞으로가 대목”이라고 말했다.
중앙주차장 앞쪽의 이 수리점 간판에는 상호는 없이 그저 ‘우산 양산 구두 수리’라고만 쓰여 있다. 박 씨는 책장사를 하면서 기술을 익혀 두었다가 12년 전부터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이날 핸드백의 지퍼를 고치러 온 이선화(49·대전 서구 삼천동) 씨는 “나는 지금도 구두든 가방이든 많이 고쳐 쓰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한 번 쓰고 버리기 일쑤”라며 낭비가 심한 세태에 아쉬움을 털어 놓기도 했다.
이 수선점 주변은 ‘승화사’, ‘만능사’ 등 시계 안경테 드라이기 면도기 계산기 청소기 등을 수리하는 점포들이 성업 중이다. 1960년대 중반부터 노점의 형태로 자리를 잡아 왔다.
이 가운데 승화사를 운영하는 이만준(58) 씨는 대전에서 롤렉스 등 명품 시계를 고치는 몇 안 되는 기술자다. 1965년 대전에 내려와 이 골목 인근의 대신당 금은방 전문 기사에게서 3년 동안 시계수리 기술을 익혔다.
“지금 대부분의 금은방에는 수리 기사가 없어요.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드는 기사를 별도로 두지 않아요. 그 때문에 허름한 노점이지만 명품 시계를 들고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는 난도에 따라 벽시계, 탁상시계, 손목시계 순으로 기계를 뜯고 고치고 조립하며 기술을 배우던 옛날을 아련히 떠올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지금은 중국산 일회용 제품이 많아 손님이 줄었지만 이곳 ‘장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 씨는 “여기저기 번듯한 금은방들이나 가전제품 대리점, 안경점이 생겼지만 고장이 나면 제조사에 보내지 않는 한 여기에 와야 제 기능을 되찾는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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