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세종은 ‘정치9단’…‘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

  • 입력 2007년 5월 12일 03시 01분


◇ 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박현모 지음/292쪽·1만3000원·푸른역사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하물며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은 오죽할까.

이 책은 성인 군주의 표본으로 알려진 조선 세종을 다룬 책이다. 흥미로운 것은 당대에 활약한 황희 김종서 수양대군 정인지 등 세종 주변의 인물 9명 각자의 시선으로 세종을 그려 냈다는 점이다.

“다양한 시각에서 본 세종의 모습을 종합해야 세종 정치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의도다.

9명이 바라본 세종의 모습은 다중적이다.

“척지촌토라도 버릴 수 없다”며 4군 6진 개척을 독려하다가 느닷없이 온천행을 떠나는가 하면 신하들을 존중하면서도 신료들이 반대한 궁궐 내 불당 건립을 강행해 성균관 학생들의 동맹 휴학까지 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 속에서 드러나는 세종은 자애롭고 공명정대한 군주라기보다는 뛰어난 정치가였다.

재상을 비롯한 관료 수십 명이 연루된 평강 현감 최중기의 아내 유감동의 섹스 스캔들이 터지자 수사 중지를 명령한 것이나 장인 심온이 부왕 태종에 의해 억울하게 숙청될 때 침묵을 지킨 것은 국가의 안정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명분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인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 따르면 세종대의 탁월한 재상 황희는 역모를 꾀했던 박포의 아내와 밀회를 즐기고 관직에 있는 여러 해 동안 매관매직하고 재산을 모은 부패한 관리라고 평가되기도 했다. ‘국악’의 대가 박연 역시 온갖 부패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것. 그러나 세종은 그들의 탁월한 능력을 높이 사고 끝까지 보호함으로써 업적을 남기게 했다.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결국 태평성대의 시대를 이끈 세종. 그때와 지금 정치 상황의 차이는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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