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경제경영서는 더 많은 이윤과 소득을 위한 필승 전략을 소개한다. 여기에는 돈이 행복을 가져온다는 철학이 주조를 이룬다. 전통 경제학에서 소득과 행복은 비례한다. 이 책은 좀 다르다. 경제가 아무리 좋아져도 사회 구성원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경제 성장이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자본 하면 쉽게 떠올리는 물적 자본과 금융 자본의 테두리를 벗어나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 자연 자본에 이르기까지 두루 살피면서 다섯 가지 자본이 균형 발전할 때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이 주는 메시지다.
행복경제학, 생태경제학, 복잡계경제학, 행동경제학, 진화경제학, 사회경제학, 제도경제학, 여성경제학…. 이 책이 우리 경제의 오늘과 미래를 분석하는 프리즘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경제학의 개념은 낯설지만, 행복의 조건을 돈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심리적 요인에서 찾는 점에서 신선하다.
25명의 저자는 새로운 경제학의 렌즈로 이혼율 증가, 고령화, 기술 발전으로 인한 노동환경의 변화, 가족관계의 변화로 인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등 최신 경제흐름 26가지 주제를 소개한다. 개인, 기업, 국가, 미래산업으로 큰 주제를 분류해 관심 분야를 골라 읽기도 쉽다. 저자들은 BBC(Biz Book Writer’s Club·국내 경제경영서 저자들의 모임) 소속이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8300달러. 세계적 투자기관인 골드만삭스는 2025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10년 전보다, 20년 전보다 진짜 행복할까. 행복경제학은 건강과 경제적 풍요, 가족, 자아실현에 대한 고려 없이 오직 소득의 증가만이 행복과 비례한다는 생각은 틀렸다고 말한다. 도시 개발로 환경오염이 심화돼 한강의 수질이 나빠졌다. 한강에서 물놀이를 못하니 강원도 동해안까지 간다. 자동차가 있어야 하고 석유 소비는 늘어난다. 관련 업종의 매출이 늘어 소득은 늘었지만 피서객의 행복 정도와는 무관하다는 것.
부자일수록 소비 성향이 낮은 ‘부자의 패러독스’가 열심히 벌어 열심히 이웃에게 나눠주는 새로운 패러독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도 흥미롭다. 무작정 소비나 밑 빠진 독 채우기식의 퍼주기가 아니라 합리적 소비, 투자가 확대될 때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부자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도 해소되고 사회의 행복지수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급부 없는 메세나, 문화마케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문화예술로 조직문화를 활성화하는 경영기법을 설명하는 부분도 꼭 읽어볼 만하다. 미래산업의 주력을 정보통신과 나노기술에서만 찾는 설명에 지쳤다면, 미래산업으로서의 문화기술, 게임, 영화산업을 분석한 글이 유익할 것이다.
다만 우리 경제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겠다는 의도와 달리 글에 따라서는 경제학의 분파를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은 아쉽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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