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창작혼을 불태우는 예술가의 작업 공간, 예술가 특유의 내밀한 내면 풍경이 숨겨져 있는 작업 공간. 그곳을 엿보는 건 신비로운 경험이다.
화가들의 아틀리에와 집, 거기 담겨 있는 예술혼의 흔적을 소개한 책이다. 생활 및 작업 공간을 통해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려는 시도가 참신하고 흥미롭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클로드 모네의 작업 공간. 그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 지베르니에서 멋진 저택을 가꾸며 위대한 미술을 탄생시켰다. 노란색 푸른색 등 화사한 인테리어 색상은 물론이고 직접 정성스레 가꾼 수련(水蓮)이 있는 연못 등은 그의 명작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이런 생활공간이 모네의 미술세계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쉽게 실감할 수 있다.
앙리 마티스는 지중해와 꽃시장이 보이는 전망 좋은 방을 아틀리에로 이용했다. 그의 화려한 색감은 아틀리에의 입지 덕분일지도 모른다.
야위고 길쭉한 인물을 표현한 자코메티의 아틀리에는 파리의 판자촌이었다. 고단한 판자촌의 삶은 그에게 사치스러운 장식의 불필요함을 일깨워 주었고 그렇게 해서 자코메티 특유의 미술이 완성된 것이다.
멕시코의 프리다 칼로의 집은 특히 감동적이다. 칼로가 태어나고 자라고 죽음을 맞이한 멕시코시티의 집엔 그의 격정적인 고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지금도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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