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길가의 민들레 이렇게 아름다웠나

  • 입력 2007년 5월 12일 03시 01분


◇ 민들레의 꿈 등 3권/황헌만 등 글·사진/각권 40∼48쪽·각권 1만 원·소년한길(초등 3년 이상)

‘섬서구메뚜기는 마음이 깨끗하고, 가볍고, 부드럽고 맑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민들레가 말하던 꿈이란 게 바로 이런 걸까?”….’(민들레의 꿈)

사진작가 황헌만(59) 씨가 민들레를 주제로 한 어린이 사진 동화집을 펴냈다. 카메라에 담은 다양한 모습의 민들레와 곤충들의 얘기를 엮어 만든 ‘민들레의 꿈’ ‘민들레 일기’ ‘내 이름은 민들레’ 등 모두 3권이다.

황 씨가 글까지 쓴 ‘민들레의 꿈’은 고요하지만 민들레와 곤충 사이에 벌어지는 미세한 움직임을 사진과 동화로 그려냈다. 잎벌레들이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무슨 꿈을 꾸느냐고 민들레를 비웃지만 섬서구메뚜기는 꽃대를 타고 올라 민들레의 꿈을 목격하고 깜짝 놀란다. ‘눈처럼 하얀, 깃털처럼 가벼운, 구름처럼 부드러운, 물속처럼 맑은 세상’, 갓털에 매달아 씨앗을 멀리 퍼뜨리려는 그 꿈을 말이다.

동화작가 이상교 씨가 글을 쓴 ‘민들레 일기’는 서양 민들레의 한해살이를 일기 형식으로 담았다. 4월 ‘이게 무슨 소리지?’ 하면서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5월 씨앗을 터뜨리고, 10월 마음을 추스르고 다음 해 2월 흰 눈을 덮고 잠을 잘 때까지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동화작가 이규희 씨가 글을 붙인 ‘내 이름은 민들레’에서 황 씨는 전국 각지를 돌며 찍은 민들레 사진을 차곡차곡 챙겨 넣었다.

경남 밀양의 퇴로리 마을부터 경기 과천 온은사까지 황 씨는 마을 돌담 사이나 텃밭, 햇빛 잘 드는 길가 등에 피어난 민들레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글을 읽지 않고 사진들만 봐도 좋다.

어느 책이나 흔히 지나치는 민들레가 이렇게 아름다운 표정과 고운 사연을 지니고 있는지 다시 보게 만든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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