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는 최근 펴낸 저서 ‘호적’(휴머니스트)을 통해 이런 사실을 규명했다. 손 교수는 1606년부터 1923년까지 경상도 단성현에서 작성된 호적에 담긴 총 30만 명의 기록을 조사한 결과 기존에 생각해 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조선의 시대상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남성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던 호주가 대표적이다. 1606년 단성현의 호적기록에는 여성 호주가 5명으로 전체 가구의 2.3%를 차지했다. 이 같은 비율은 1678년 4.1%, 1717년 5.8%, 1759년 11% 등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것.
손 교수는 “18세기에 이미 가부장적 부계질서가 확립되었다던 기존의 견해와 전혀 다른 양상”이라며 “조선의 현실 속에서 가부장적 질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지배적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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