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감동을 담은 만화는 수없이 많다. 그중 아다치 미쓰루의 ‘H2’는 순수와 열정, 애틋한 승부의 드라마를 담은 최고의 작품이다. 1992년 일본의 ‘소년선데이’에 처음 연재를 시작해 1999년 총 34권 분량으로 완결됐고 TV드라마로도 방영돼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국내에는 해적판으로 처음 선보였다가 공식 번역판에 이어 최근 새로운 장정과 편집으로 완전판이 출시되고 있다.
절친한 친구사이인 히로와 히데오, 히로의 소꿉친구이자 히데오의 연인이 된 히카리, 그리고 히로를 사랑하는 하루카. 일본 최고의 야구대회인 고시엔을 중심으로 이들 4명의 소년소녀가 펼치는 우정, 사랑 그리고 승리의 드라마가 ‘H2’다. 제목은 두 명의 영웅 히로와 히데오의 이니셜을 딴 것이다.
전국 제일의 투수와 타자는 늘 마주 보고 대결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히카리는 늘 친구이자 연인 또는 연인 같은 친구들의 대결을 관중석에 앉아 지켜봐야 한다. 히카리 앞에 서면 늘 최고가 되는 두 사람의 승부. 그들의 삼각연애를 표 나지 않게 지켜 주는 하루카까지. 상처 받기 쉬운 나이에 누구나 느껴봤을 이 복잡다단한 관계 속에서 독자들은 어느 한 주인공의 응원자가 되어 가슴 뭉클한 설렘과 감동에 빠져든다.
국내 유명 모던록 밴드인 델리스파이스 역시 이 이야기의 감동에 빠졌던 많은 독자 중 하나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고백’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중 2때까지 늘 첫째 줄에 겨우 160이 됐을 무렵/ 쓸 만한 녀석들은 모두 다 이미 첫사랑 진행 중…친구인 채였다면 오히려 즐거웠을 것만 같아/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로 이어지는 노래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히로와 히카리의 속내를 그대로 담아냈다. 사랑한다고 미리 말했더라면 내 사랑이 되었을지도 모를 그 사람에 대한 연민이다.
사랑, 우정, 승리라는 소년만화의 영원한 테마를 담아낸 이 작품은 앞으로도 더 많은 독자에게 다시 읽힐 것이다. 이전 세대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대에게도 그 감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 ‘H2’는 일본 소년만화의 영원한 정전 중 한 편이다.
우리 만화에도 이 같은 감동과 작품성을 담은 정전이 필요하다. 언제고 다시 읽고 세대간 그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작품이 필요하다. 위대한 우리 만화의 정전을 꼽아 봐야겠다.
박석환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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