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06>憎而知其善

  • 입력 2007년 5월 21일 03시 05분


주변에 미워하는 사람이 없다면 가장 좋은 일이지만,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미워하는 사람도 생기게 마련이다. 미워하는 사람, 심지어 증오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것은 나에게 불행한 일이다. 나의 마음이 증오로 가득 차면 나의 삶이 먼저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행복하기에도 부족한 나의 삶이 타인을 증오하는 시간으로 이어지면, 내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뚤어지며, 다른 많은 사람에게도 애정을 주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시간이 길어지면 마침내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부정하게 된다. 이는 불행한 삶이다. 그러므로 미워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그를 나의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찌해야 하는가?

‘憎而知其善(증이지기선)’이라는 말이 있다. ‘憎’은 ‘미워하다’라는 뜻이다. ‘愛憎(애증)’은 ‘사랑하고 미워하다’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愛憎의 관계에 있다는 말은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는 관계에 있다는 말이다. ‘而’는 ‘…하면서’라는 뜻이다. ‘知’는 ‘알다’라는 뜻이다. ‘知名(지명)’은 ‘이름을 알다’라는 말이고, ‘知名度(지명도)’는 ‘이름을 알아주는 정도’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知名度가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많이 알아주는 사람이라는 말이 된다. ‘善’은 ‘착하다, 좋다, 좋은 점, 장점’이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憎而知其善’은 ‘미워하면서도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된다. 미워하는 사람이 생기면 항상 그의 좋은 점을 생각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 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첫걸음이다. 세상에 나쁘기만 한 사람은 없다. 아무리 나쁜 사람 같아도 그의 부모에게는 우주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고, 그의 자식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어쩌면 다른 사람을 근본적으로 미워할 권리가 없는지도 모른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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