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선 야유를 보냈고 현장에 남은 감독들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회견은 서둘러 종결됐다. 씁쓸했다. 32명의 감독이 모인 자리였고, 특히 그들이 만든 영화는 ‘60회를 맞은 칸 영화제 최고의 생일선물’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작품이어서 더욱 그렇다.
사실 폴란스키 감독은 이날 가장 오래 마이크를 잡은 인물이었다. 아톰 에고얀 감독과 영화의 미래를 놓고 지루한 논쟁을 펼치기도 했다. 그에 따른 자격지심이 돌출행동을 낳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날 나온 질문을 보면 그의 질타를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들 각자의 영화에게’는 영화라는 보편적 언어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작품. 그럼에도 이 자리에선 정치적 질문이 많이 쏟아졌다. “왜 유독 아랍영화가 칸에서 외면 받는다고 생각하느냐”는 생뚱맞은 질문부터 유일한 여성감독 제인 캠피언에게 “31명의 남자들 속에 홍일점으로 앉아 있는 기분이 어떠냐”는 페미니즘적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까지 난무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이날만 국한되지 않았다. 세계 각국에서 온 4000여 명의 기자는 자국 출신 감독과 배우에게만 질문을 던지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내용만 물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순간을 많이 연출했다.
영화에 대한 사랑은 국경과 이념, 성별을 넘는다는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이 영화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이 그토록 힘든 것일까.
칸=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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