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美이민사 연구하다 푹 빠져
20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노(老)지리학자의 아리랑 사랑은 초여름 햇살보다 더 뜨거웠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느낌 그 자체”라고 말할 때는 구성지고 흥겹더니 “한국에 아리랑의 박물관 하나 없다니…”라고 말할 때는 애잔함으로 가라앉는다.
이 교수의 책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아리랑의 역사, 정선 밀양 진도 아리랑의 유적 답사기, 아리랑을 지킨 사람들, 해외에 있는 아리랑의 흔적 등. 특히 일제강점기에 강제 징용된 한국인들의 애환이 서린 일본 규슈(九州) 지쿠호(筑豊)탄광 인근의 아리랑 고개, 19세기 말 우리 아리랑을 처음으로 오선지에 채보해 서양에 알린 미국인 선교사 호머 헐버트, 1970년대 아리랑을 반전(反戰)음악 음반에 수록해 세계에 알린 미국의 포크가수 피터 시거 이야기 등은 읽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 양국 오가며 현장답사… 영문판도 준비중
1950년대 서울대 지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마친 뒤 1972년부터 유타대 교수로 재직해 온 이 교수의 전공은 한국인의 미국 이민사. “가만히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볼 때마다 아리랑이 떠올랐다”는 그의 말처럼, 한인 이민자들이 겪은 고난의 흔적을 추적하다 아리랑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이 교수는 올해 말까지 영문판 아리랑을 출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10년 넘게 써 오고 있는 영문판 ‘고대 한국인의 일본 이민사’도 뒤로 미뤄 두었다. 두 달 전 한국에 와서 절친한 친구였던 고 김찬삼(지리학자 겸 여행가) 씨의 딸 집에 묵고 있는 이 교수는 27일 출국한다. 연말쯤 다시 내한할 그의 손에는 분명 ‘Arirang’이란 책이 들려 있을 것이다. 최초의 영문판 아리랑 책 말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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