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36으로 ‘사뿐히 즈려밟았을 때’ 우악스럽게 끼운 흑 37이 조 국수의 복안이었다. 국수전사상 가장 놀랄 만한 한 수로 기록될 흑 37에 도전자도 검토실도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기면 충신이요 지면 역적인 회심의 일착. 그러나 백이 48까지 흑진 한복판에서 활짝 날개를 펴자 무색해지고 말았다.
일찌감치 2 대 0으로 막판에 몰린 탓일까. 조 국수가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하다. 장강의 물결이 앞을 다투지 않고 흐르는 것처럼 승부는 길고 유장한 것. 흑 37로는 ‘가’에 지켜 느긋하게 대처하는 게 좋았다. 쇠붙이나 바둑이나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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