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조승우 “돈키호테 되는 데 14년 걸렸어요”

  • 입력 2007년 5월 23일 03시 00분


양쪽 귀에 귀고리가 반짝였다. 조승우는 “창피해서 원래 이런 거 잘 못하는데 누가 나보고 ‘조로했다’고 하기에 요즘 하루하루 젊게 살려고 끼고 다닌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양쪽 귀에 귀고리가 반짝였다. 조승우는 “창피해서 원래 이런 거 잘 못하는데 누가 나보고 ‘조로했다’고 하기에 요즘 하루하루 젊게 살려고 끼고 다닌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8월 개막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주연 조승우

○ 티켓 예매 15분 만에 1만6000석 매진

‘조승우 티켓 열풍’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헤드윅’(8분 만에 7000석 매진), ‘렌트’(25분 만에 7700석 매진) 등 출연작마다 순식간에 티켓을 매진시키고 있는 뮤지컬계 최고의 ‘흥행 배우’ 조승우(27). 새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역시 22일 티켓 판매를 시작한 지 불과 15분 만에 VIP석(12만 원), R석(10만 원), S석(8만 원)은 모두 동이 났다. 조승우가 출연하는 전체 1만9000여 석 중 3층인 A석과 B석 좌석을 제외한 1만6000석이 매진돼 또다시 ‘이름값’을 했다.

조승우는 이런 현상에 대해 “거품이 있다”고 했다. 그는 ‘배우’로서 자신에 대해서는 “초연 헤드윅 말고 얼마 전 다시 했던 헤드윅이 가장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라고 꼽은 뒤 “이제 한동안 헤드윅은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작품은 끝나고 나면 시원섭섭하지만 헤드윅은 오로지 섭섭하기만 하다”고 할 만큼 그는 이 작품에 큰 애정을 보였지만 ‘원조 헤드윅’인 존 캐머런 미첼이 내한해 오만석 송용진 등 역대 헤드윅들과 함께 공연하는 ‘헤드윅 콘서트’에는 빠졌다. “나는 ‘노래쟁이’가 아니기 때문에 연기 없이 노래만 하는 건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8월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맨 오브 라만차’에 대해서는 “배우로서 가장 큰 도전”이라고 했다. 작가 세르반테스가 들려주는 돈키호테의 이야기가 극중극 형식으로 펼쳐져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젊은 세르반테스와 나이 든 돈키호테 등 나이 폭이 큰 연기를 모두 소화해야 한다.

“돈키호테를 하기엔 너무 젊지 않으냐는 걱정도 들어요. ‘돈키호테는 마흔 살이 넘어서 하거나 그 전에 하려면 결혼해 애도 낳고 인생을 알고 나서 하라’는 말도 들었고요.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가 큰 작품이에요. 이기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공연을 ‘나 좋자’고 하거든요. 욕을 먹든 바보가 되든 이 작품은 하고 싶어요.”

○ 고교 때 교내공연서 산초 역 맡고 울어

그는 중학교 때 ‘맨 오브 라만차’를 본 뒤 뮤지컬 배우를 꿈꿨다. 그랬던 만큼 계원예고 시절, 학교 공연에서 돈키호테 대신 감초 역인 산초를 하게 됐을 때 서운해서 울었을 정도였다. 지금도 당시 오디션 곡으로 불렀던 돈키호테의 노래 ‘이룰 수 없는 꿈’을 외우고 있었다. 이제 14년간 품어온 꿈을 무대에서 이룬다.

흔히 인간은 ‘햄릿형’과 ‘돈키호테형’으로 나뉜다. 그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일에 있어서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무조건 미친 듯이 돌진하는 쪽, 일 외에는 김치찌개에 참치를 넣을까, 돼지고기를 넣을까를 두고도 고민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이루고 싶은 꿈은 이뤘다. 돈키호테가 노래하듯 ‘이룰 수 없는 꿈’도 있을까. 그는 카페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돈키호테 그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처럼 순수하게 사는 거, 이룰 수 없는 꿈이죠.”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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