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70대는 새로운 50대

  • 입력 2007년 5월 23일 16시 51분


환갑잔치를 성대하게 열던 시절이 있었다. 60갑자를 넘겼으니 이미 천수를 누렸다는 뜻이었겠지만 오늘날의 '건강한' 60, 70대는 이와 달리 뒷방으로 물러나기를 거부한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조기퇴직을 마다하고 계속 일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영국 금융그룹 HSBC가 23일 보고서에서 밝혔다.

HSBC와 영국 옥스퍼드대 고령화 연구소가 세계 21개국의 40~79세 남녀 2만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70대의 11%와 60대의 3분의 1이 급료를 받는 일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일하는 70대가 19%나 됐다.

조기퇴직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1970~80년대 기업들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앞 다퉈 조기퇴직 제도를 도입했고 삶의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이를 많이 선택했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것.

조사결과 40, 50대 가운데 조기 퇴직을 계획하는 사람은 12%에 불과했다. 이전 세대인 60, 70대 가운데 조기 퇴직한 사람은 16%였다.

옥스퍼드대 고령화 연구소의 사라 하퍼 교수는 "그동안 조기퇴직은 사람들의 꿈이자 문화현상이었지만 이제는 일찍 일손을 놓은 사람들이 후회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HSBC 보험 부문의 클리브 배니스터 전무는 "건강상태로 볼 때 오늘날 70대는 새로운 50대"라며 "현재의 60, 70대가 과거보다 훨씬 건강하기 때문에 스스로 원할 경우 충분히 더 오래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60~79세 응답자 중 86%가 건강하다고 답했으며 70대 가운데 건강하다고 답한 비율도 캐나다(76%), 영국(73%), 미국(72%) 등에서는 70%가 넘었다.

고령 노동력은 국가경제에서도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 60세 이상 고용인구가 연간 784억 달러(약 73조 원)의 세금을 내며 자원봉사활동의 가치도 연간 수십 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양육 등을 통해 가정 경영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퍼 교수는 60대와 70대가 우리 사회에 필수적인 존재라면서 "이들이 사라지면 가정과 사회, 일터가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영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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