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조기퇴직을 마다하고 계속 일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영국 금융그룹 HSBC가 23일 보고서에서 밝혔다.
HSBC와 영국 옥스퍼드대 고령화 연구소가 세계 21개국의 40~79세 남녀 2만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70대의 11%와 60대의 3분의 1이 급료를 받는 일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일하는 70대가 19%나 됐다.
조기퇴직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1970~80년대 기업들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앞 다퉈 조기퇴직 제도를 도입했고 삶의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이를 많이 선택했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것.
조사결과 40, 50대 가운데 조기 퇴직을 계획하는 사람은 12%에 불과했다. 이전 세대인 60, 70대 가운데 조기 퇴직한 사람은 16%였다.
옥스퍼드대 고령화 연구소의 사라 하퍼 교수는 "그동안 조기퇴직은 사람들의 꿈이자 문화현상이었지만 이제는 일찍 일손을 놓은 사람들이 후회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HSBC 보험 부문의 클리브 배니스터 전무는 "건강상태로 볼 때 오늘날 70대는 새로운 50대"라며 "현재의 60, 70대가 과거보다 훨씬 건강하기 때문에 스스로 원할 경우 충분히 더 오래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60~79세 응답자 중 86%가 건강하다고 답했으며 70대 가운데 건강하다고 답한 비율도 캐나다(76%), 영국(73%), 미국(72%) 등에서는 70%가 넘었다.
고령 노동력은 국가경제에서도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 60세 이상 고용인구가 연간 784억 달러(약 73조 원)의 세금을 내며 자원봉사활동의 가치도 연간 수십 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양육 등을 통해 가정 경영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퍼 교수는 60대와 70대가 우리 사회에 필수적인 존재라면서 "이들이 사라지면 가정과 사회, 일터가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영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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