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공원에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산책 나온 젊은 부부가 눈에 많이 띄었다. 피터 팬에 따르면 여자 아이들은 워낙 똑똑해서 유모차에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들 중에는 한 명도 없다. 그러나 요즘 여자 어른은 길을 잃는다.
오후 7시, ‘애프터눈 티’를 마시기에 안성맞춤인 오렌지 온실(The Orangery)에서 일하는 점원도, 관광객 차림의 남자도 피터 팬 동상을 모른단다. 하기야 ‘피터 팬’이 나온 지 100년도 넘는 걸. 마음이 급해 공원 입구를 찾았다. 공원 면적이 33만 평이나 되기 때문에 입구는 10개도 넘는 듯했고 입구마다 안내지도가 붙어 있었다. 분명히 ‘①피터 팬 동상’이라고 쓰여 있다.
‘피터 팬’은 그의 소설 ‘작고 하얀 새’(1902년)에 처음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데이비드라는 소년과 켄싱턴 공원을 산책하면서 그곳에 밤마다 나타나는 ‘피터 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터’라는 이름은 이 가족의 셋째 아들 이름을 땄다.
배리가 이 소설을 바탕으로 쓴 희곡 ‘피터 팬, 혹은 자라지 않는 아이들’은 1904년 런던의 듀크 오브 요크 극장에서 초연돼 큰 인기를 누린다. 오늘날 우리가 ‘피터 팬’이라 부르며 널리 읽는 것은 1911년 소설로 발표한 ‘피터와 웬디’다.
피터 팬을 따라 동생들과 함께 네버랜드로 날아간 웬디는 집 잃은 소년들의 엄마가 돼 그들을 돌보고 피터 팬과 소년들이 후크 일당을 물리치는 것을 도와준다. 결국 피터를 제외한 집 잃은 소년들과 웬디와 동생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세월이 흐르면서 모두 어른이 된다.
어린이 책 평론가 존 로 타운젠드는 “어린이들은 모두 어른이 되기를 고대하기 때문에 어른이 되지 않는 소년이라는 착상이 아이들에게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피터 팬은 분명히 아이들에게 꿈과 환상을 주며 세기를 뛰어넘어 생명력 있는 캐릭터로 사랑을 받고 있다. 비룡소판을 번역한 서강대 장영희 영문학과 교수는 “피터 팬에서 발견하는 것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꿈과 마음의 고향”이라고 강조했다.
조각가 조지 프램턴의 작품인 피터 팬 동상은 공원 동쪽 서펀타인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 산책 나온 가족들이 둘러보거나 피터 팬 동상임을 알아챈 관광객들이 곁에서 사진을 찍을 뿐 주위는 조용했다.
켄싱턴 공원을 나와 대영박물관 쪽으로 3마일 정도 가면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아동병원이 나온다. 가족이 없던 배리는 ‘피터 팬’으로 얻은 수익과 저작권을 이 병원에 기증했으며 이 병원 측의 공모로 얼마 전 ‘피터 팬’의 속편인 ‘돌아온 피터 팬’이 나왔다.
글·사진(런던)=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1부 끝―
■찾아가는 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