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풍요로운 채텀 섬에는 채텀백조들이 살았지. 온갖 별난 새도 채텀백조에 비하면 평민이나 다름없을 만큼 아름답고 완벽한 곡선을 가진 새였어. 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강한 것의 시녀. 인간이 섬에 몰려와 살기 시작하면서 이 아름답고 천진했던 채텀백조는 부지런히 인간의 식탁에 오른 끝에 결국 사라지고 말았어….
1627년에서 2000년 사이 우리 곁에서 사라진 22종의 동물에 대한 책. 핸드백과 가방이 된 콰가얼룩말, 북아프리카 어느 왕의 카펫이 된 마지막 바바리사자….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던 이들은 기후 변화, 서식지 파괴, 인간의 탐욕과 무관심, 그리고 부주의로 사라져 갔다.
시인인 저자는 빛나는 문장으로 이제 만나 볼 수 없는 동물들을 애도한다. 서정적인 느낌을 잘 살린 번역 덕분에 그림책이지만 아이들이 큰 후에도 책장에 꽂아 두고 싶은 책.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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