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도전, 그리고 가능성=350억원이라는 제작비가 투여된 그의 월드투어. 일본 편으로 진행된 도쿄돔 콘서트는 애초 그가 '도전'이라고 했듯 5만5000석의 공연장 객석을 채울지 의문이었다. '한국 가수로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긴 했지만 관객 동원이 쉬운 건 아니었다. 도쿄돔은 일본 내 최대 규모의 스타디움으로 '엑스재팬', 아무로 나미에, 하마사키 아유미 등 고정팬이 확실한 일본 내 'A급' 가수들만이 설 수 있는 무대다. 지난해 1월 일본 데뷔 이후 그가 발표한 3장의 싱글과 1장의 정규 앨범 판매량은 모두 합쳐 5만장이 조금 넘는 상황. "무모하다"는 국내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날 공연 시작 2시간 전부터 도쿄돔 주변에 관객들이 모여들더니 공연 시작 20분 전 1층 1만2000석이 꽉 찼다. 한국 공연 기획사인 '스타엠'이 발표한 이 날 관객수는 4만3000여명. 분명 만석을 기록하지는 않았고 2, 3층에는 군데군데 빈 자리도 보였지만 1층 1만2000석의 열기 덕분에 공연장은 썰렁하지 않았다.
이인광 대표는 "1만2000엔(약 9만2000원)의 티켓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손익분기점으로 잡은 2만장의 티켓 판매량과 우리의 목표치였던 2만5000장을 이미 넘었다"고 말했다.
△비의 한계, 그리고 문제점=그러나 제작비 20억원이 투여된 그의 공연은 수익이 전부가 아니듯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전 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스타디움 콘서트인만큼 음향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지만 첫 곡 '잇츠 레이닝'부터 가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넓은 공연장인 점을 감안해도 그가 고음을 내는 대목과 소리 지르는 부분에서는 가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비의 모습도 의문이 들었다. 과거에 비해 몸을 사렸던 그는 격렬한 춤 대신 그의 뒤로 흐르는 영상에 몸을 맡긴 듯 했다. '악수', '지운 얼굴' 같은 발라드 곡에서는 쉰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2년 전 부도칸 공연 당시 몸짓 하나로 공연장을 압도했던 것과 달리 그는 도쿄돔 무대 자체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핑크, 보라 등 형광빛 위주의 무대 조명은 고급스러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그가 선보인 21곡의 노래는 모두 한국에서 발표한 곡. '한류 가수'의 무대로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일본에 진출한 가수로서의 가능성은 의문이다. 한류 컨텐츠의 반복은 새로운 팬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는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한류스타'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러나 '월드투어 중인 월드스타'라 하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음을 드러냈다. 근육질 몸매를 뽐내며 물 쇼를 선보이는 등 그의 '몸'짓에 '꺅'소리 지르는 일본 관객들도 있었지만 더 이상 지루하기 전에 그도 변해야 한다.
도쿄=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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