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居之安, 資之深(거지안, 자지심)’이라는 말이 있다. ‘居’는 ‘살다, 사는 것’이라는 뜻이다. ‘休居(휴거)’는 ‘쉬어가며 살다’, 즉 ‘직장에서 물러나 살아가다’는 뜻이다. ‘蟄居(칩거)’는 ‘숨어 살다, 틀어박혀 살다’라는 말이다. ‘蟄’은 ‘숨다, 틀어박혀 지내다’라는 뜻이다. ‘之’는 주격조사 ‘-이, -가’라는 용법으로 사용된다. ‘安’은 ‘면(집 면)’과 ‘女’가 합쳐진 글자로서 어머니가 있는 집안을 나타낸다. 어머니가 있는 집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이며, 어머니가 없는 집안은 허전하다. 이로부터 ‘安’에는 ‘편안하다’라는 뜻이 생겨났다. ‘資’는 ‘바탕’이라는 뜻이다. ‘資質’은 ‘바탕의 질’이라는 말이고 ‘資産’은 ‘바탕이 되는 물질’이라는 말이다. ‘深’은 ‘깊다’는 뜻이다. ‘深奧(심오)’는 ‘깊고 오묘하다’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居之安, 資之深’은 ‘사는 것이 편안하면 바탕이 깊어진다’는 말이 된다. 초조하고 불안한 생활에 젖어 있으면 바탕이 깊어지지 않는다. 바탕이 깊어지려면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 비록 생활의 조건이 불편할지라도 잠시 눈길을 하늘로 돌리고 욕망을 잊으면 마음은 바로 편안해진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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