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어느 나라 관객이나 ‘몸의 진정성’에 공감”

  • 입력 2007년 5월 30일 03시 02분


6월 6일 막을 올리는 현대 무용 ‘날개’에서 직접 무용수로 출연하는 스타 안무가 나초 두아토.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6월 6일 막을 올리는 현대 무용 ‘날개’에서 직접 무용수로 출연하는 스타 안무가 나초 두아토.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6월 6일 내한 스페인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나초 두아토 인터뷰

현대무용계의 스타 나초 두아토(50)가 스페인 국립무용단을 이끌고 신작 ‘날개’로 한국을 찾는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이름만으로 티켓이 팔리는 현대무용가인 그는 20대에 이미 세계 정상의 무용단인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에서 상임안무가로 활동하기 시작해 33세의 나이로 스페인 국립무용단 예술 감독이 됐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무용수로서 직접 무대에 선다. 탁월한 무용수로도 이름을 날린 그의 춤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첫 무대. 특히 ‘날개’는 유럽에서 주목받는 연극연출가 토마스 판두르와의 공동작업이라는 점에서 연극 팬들의 관심도 크다. 6월 6∼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02-2005-0114) 공연 후 12일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에서 대표작 3편을 공연한다. 내한을 앞둔 그를 전화로 미리 만나 봤다.

―판두르와의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우리가 만난 건 3년 전이었다. 그 전에도 물론 판두르의 연극을 몇 편 직접 보기도 했고 DVD로 접하기도 했는데 무척 좋았다. 연극연출가와의 작업은 처음이지만 판두르의 작품은 무용에 아주 가깝고 매우 시각적이어서 나와 공통점이 많았다. ‘날개’에서 나는 무용을 위한 안무를, 그는 극적인 부분의 연출을 담당했다.”

‘날개’는 빔 벤데르스 감독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스토리와 캐릭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제목은 영화의 영어 제목 ‘욕망의 날개(Wings of Desire)’에서 가져왔다.

그가 맡은 역은 인간과 사랑에 빠져 불멸의 삶을 버리고 인간이 되기로 결심하는 주인공인 천사 다미엘. 무용수로 출연한 마지막 작품인 ‘멀티플리시티’에서 3분만 등장했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무용수로서의 비중이 크다.

“판두르가 다미엘이 ‘원숙한’ 캐릭터여서 이 역할이 요구하는 존재감을 표현하기엔 다른 무용수들이 너무 젊다고 생각해 나에게 이 역을 맡겼다. 이 작품은 무용수로서 내 커리어에도 하나의 터닝포인트다. 이전에 이렇게 드라마틱한 역할을 맡아본 적이 없으니까.”

이 작품에서 그는 춤도 추고 대사도 말한다. 그는 “말이 움직임의 연장이 되고, 그리고 움직임은 말로 변해 가면서 내가 내 목소리와 함께 춤을 추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당대 최고의 안무가로 꼽히는 그는 “단 한 번도 의자에 앉아 안무를 해 본 적이 없다”며 “작은 스텝 하나하나도 직접 다 해 보는 만큼 그런 의미에서 내 작품에 나오는 모든 무용수는 바로 무용수로서 나 자신”이라고 말했다.

―한국 등 다른 문화권에서도 당신 작품이 보편적인 인기를 얻는 이유는….

“내 작품은 으리으리한 무대 장치나 의상에 얽매이지 않는다. 무용수의 몸이 음악과 만나 얼마나 강렬해지느냐는 것은 내 공연의 핵심이자, 무용이 집중해야 하는 점이다. 나는 관객의 머릿속에는 각자의 철학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대 위에서 뭔가를 보여 주면 그것을 느끼는 것은 결국은 관객 각각의 감수성이다. 관객이 내 작품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내 춤에서 그들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결국 무용도 삶을 비추는 거울이니까.”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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