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KIN을 외치는 열다섯 청춘들의 시끌벅적 스캔들.’
종이 띠에 쓰인 ‘KIN’을 보고 ‘일가 친족’을 떠올렸다면 중학생 문화의 문외한임에 틀림없다. ‘KIN’이란 인터넷상에서 ‘즐’ 대신(옆으로 돌려 보시라) 쓰는 표현이고, ‘즐’이란 빈정거릴 때 내는 소리며, 그 ‘즐’이 ‘즐겁다’의 첫 음절을 딴 말이라니….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내뱉던 말이 이 뜻이었구나.
그만큼 이 소설은 ‘중딩의 생활’을 그들의 언어로 세세하게 다룬다. 그래서 알아들을 수 있는 말도 있고, 알아들을 수 없는 심리도 나와 있다.
푸릇푸릇한 청춘들이 대거 등장해 아이들을 기대에 차게 만드는 교생 실습,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채팅 댓글 블로그로 친구와 소통하는 일상, 군내 나는 교칙들과 꽉 막힌 선생님에 대한 답답함, 이성친구와 동성친구가 다르게 느껴지는 미묘한 심리….
그러나 어른들이 분명하게 알아듣는 말이 있다.
새빛중 2학년 5반 담임선생님은 학교 내 댄스서클에서 폭력사건이 발생하자 불량서클 관련자들을 색출하겠다고 나선다. “지금부터, 나눠 준 종이에 불량서클이나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적어라.”
긴 침묵 끝에 들려온 휴대전화 벨소리. 담임은 휴대전화의 주인인 인호에게 “나가라”고 한 후 갑자기 “방금 뭐라고 했지?” 하고 다그친다.
침묵. 그것은 폭풍이 휘몰아치기 전 고요함의 다른 말이다. 담임은 인호가 “아무 말도 안했다”고 부인할 때는 따귀를 퍼붓더니 “씨발이라 그랬어요”라는 자백을 받고 나서는 무작정 손을 휘두른다.
어른들도 이해는 못 해도 그맘때 목격했던 상황. 세상에는 이해할 수 있는 일만 일어나는 것도, 혼자만 조용히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인공 보라가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비혼모인 이모가 5반 교생으로 부임하고 반의 인터넷 카페에 이모와 이모의 딸인 초록이의 사진이 게시되면서 학교 측이 이모의 ‘수업 참관’을 막아버린 것이다.
일단 이모가 1인 시위 끝에 ‘수업 참관’의 권리를 되찾고 담임의 폭행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담임이 사표를 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그러나 막막한 현실이 계속되리라는 것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작가 이현(37) 씨는 “확실한 결말은 없지만 아이들이 자신이 서 있는 지점을 인식하고 정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종광 씨는 “사이버 생활과 학교 폭력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통해 ‘분명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중딩 인생의 아이러니를 그려내고 있다”고 평했다. 창비가 기획한 청소년용 문학 시리즈 ‘창비청소년문학’의 첫 번째 작품이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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