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은 그야말로 잠깐의 유명세가 아니라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니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른바 ‘명작 그림책’으로 나온 책들을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지곤 한다.
흔히 명작은 전집으로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 목록을 살펴보면 흔히 머리에 떠오르는, 이른바 엄마들이 어려서 읽었던 책이 많다.
대부분이 광복 전후부터 ‘세계명작’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던 책이다. 쓰여진 지 100년이 지난 책도 많다. 그중에는 정말 좋은 책도 있지만 어린이 책을 구경하기조차 힘든 시절에 ‘명작’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타나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여전히 살아남은 책도 있다.
시대가 달라지고, 더 좋은 책이 많이 나왔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명작의 틀은 잘 깨지지 않는다. 결국 명작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명맥을 유지하는 책들이 있는 반면 충분히 명작이라 할 만한 책 가운데도 명작이라는 타이틀을 갖지 못하는 불합리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나는 명작을 그림책 형식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명작은 명작이고 그림책은 그림책이다. 명작이 있는 작품을 영화화했다고 해서 영화가 명작이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명작을 그림책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재창작했을 때 그 작품이 뛰어나다면 아무 문제가 될 게 없다. 문제는 아이들에게 보여 준답시고 줄거리만 요약해 그림책 형식으로 꾸며 내놓은 책이다.
중요한 건 ‘명작’이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이 책이 아이에게 좋은 책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만약 이를 잊고 ‘명작’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마음이 흔들린다면 ‘벌거벗은 임금님’ 꼴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진원 웹진 ‘오른발왼발’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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