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잖아요, 제 꿈이 ‘다른 가수’거든요”

  • 입력 2007년 6월 7일 03시 00분


소몰이창법도 섹시어필도 아닌데 뜬다… ‘피아노 록’ 윤하 ‘내가 뜬 이유’

2007년 6월 가요계의 '이변'. '남자가수=소몰이 창법', '여자가수=섹시 콘셉트' 등 몇 년 간 가요계를 지배해왔던 히트공식이 신인 여가수 윤하(19)의 등장과 함께 멈춰 섰다. 강렬한 록 음악과 피아노 연주가 접목된 '비밀번호 486'이 앨범 발매 2개월 만에 온오프라인 가요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양파, 아이비 등의 인기 여가수들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에선 비주류 장르인 '록' 음악이 10대 여가수로부터 재조명을 받는 현상은 "들을 노래 없다"고 비판받는 가요계에 한줄기 '희망'과도 같다. 여기에 김건모 같은 선배 가수는 물론, '씨야' 등의 동료 여가수들에게서 호평은 물론, '경계 대상 1호'로 언급되고 있는 것. 마야 이후 4년 만에 여성로커 계보를 잇고 있는 그녀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윤하 전성시대'를 3개의 'F'로 분석을 했다.

○ Freshness… 신선함을 넘어 신비감으로

"인기 비결은 가수 윤하가 아닌 제 노래에 있다고 생각해요. 밴드 음악에 맞춰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부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노래의 역동성에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아요. 섹시함, 발라드 등 최근 유행하는 음악과 다르기 때문이죠."

처음부터 '대박'을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다. 에이브릴 라빈, 켈리 클락슨 등을 연상케 하는 '팝 록' 성향의 1집은 섹시함도, 소몰이 창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때려 부술 정도로 강렬하게 연주하며 노래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10대 가수=아이돌'의 편견을 깼고 사람들로 하여금 뮤지션에 가까운 신비감을 심어주었다. '변종 아이돌'같은 그녀의 록 음악을 놓치지 않고 발견한 팬들 역시 '윤하 전성시대'의 숨은 공신. "록 음악이 안 된다"는 속설도 이미 무너진 상태다.

"공연은 음악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작업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너무 긴장해서 관객들 얼굴도 보이지 않아 조율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죠. 아직 부족하지만 좀 더 파괴적인 면모를 담고 싶어요. 피아노가 아닌 기타를 맬 수도 있고요. 전 1위가 목표점이 아닌 남들과 '다른 가수'가 되는 것, 그게 꿈이거든요."


촬영 : 김범석 기자

○ Failure… 실패, 그까짓 것

윤하의 두 번째 인기 비결은 바로 과거의 '실패'. 애초 댄스 가수로 발탁됐던 그녀가 '피아노 록'으로 전향했던 계기도 반주음악 제작비가 없었기 때문. 다섯 살 때 배운 피아노 실력을 발휘하며 노래를 직접 연주한 그녀, 그러나 더 큰 충격은 2004년 9월 일본에서 발표한 첫 번째 싱글 '유비키리'에서 맛 봤다.

"그 때만 해도 데뷔하면 바로 욘사마처럼 제 사진이 전광판에 도배될 줄 알았죠. 하지만 1주일을 돌아다녀도 음반점엔 제 음반이 없었고 공연 장소도 잡지 못해 어떨 땐 길거리에서 단 두 명을 세워놓고 노래 부른 적도 있고… 환상이 큰 만큼 좌절감도 컸죠."

하지만 9개월 후 발표한 두 번째 싱글 '호우키보시'가 오리콘 싱글차트 15위에 오르며 '오리콘의 혜성'이라는 수식어를 받을 수 있었던 것. 아직까지 선배 가수 보아처럼 차트 1위나 최상위권에는 진입한 적이 없으니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그러자 "그래도 '오리콘의 혜성'이란 말은 맞지 않나요?"라며 당돌하게 으름장을 놓는다.

"만약 한국에서 먼저 데뷔했더라면 아마 가수를 그만 뒀을 지도 몰라요. 일본에서 작은 공연장부터 돌며 10번 공연에 9번 실패하고, 그 다음엔 8번 실패하고… 이런 식으로 내실을 다졌죠. '혜성'에 머물지 않고 더 큰 별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실패에 두려워할 시간이 없어요."

○ Frankness… 솔직한 중성적인 10대

그녀가 다른 10대 아이돌 스타와 다른 점은 예쁜 척 하지 않는 솔직함 때문이다. 어릴 적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그녀가 대중음악으로 선회한 이유를 묻자 그녀의 대답은 "실격 때문".

"어릴 적 콩쿠르에서 베토벤, 쇼팽 곡을 연주했는데 어린 나이에 곡을 재해석한답시고 즉흥적으로 연주했죠. 그런 제게 심사위원들은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실격이라 하더군요. 전 '시대가 날 이해하지 못한다'며 벅벅 우겼죠. 전 제가 천재인 줄 알았거든요."

인터뷰 내내 중성적인 면모를 자랑하는 그녀는 스스로를 "여물기도 하고 건방지기도 한 10대"라며 삶의 목표를 '알파걸', 더 정확히 '나이 어린 애들 무시하지 않는 성숙한 어른'이란다. 그러나 장차 알파걸이 되려는 이 소녀도 본성은 속일 수 없었나보다.

"방송국 가면 팔 다리 긴 늘씬한 언니들이 너무 많아요. 게다가 춤까지 섹시하기 추니… 전 그런 언니들이 부러울 따름이에요. 그래서 더 제 음악에 집중하는 지도 몰라요. 여기 보세요, 피아노를 하도 연주해서 팔에 힘줄 생긴 거… 대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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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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