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로 일석이조 문화마케팅"

  • 입력 2007년 6월 7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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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30년대에 지은 일본식 목조건물이 즐비하다. 당시 일본인들이 집단 거주촌을 이뤄 '종로 거리'로도 불렸다는 이곳. 마을 공원에는 그때 세워진 신사와 사찰이 남아 있다. 근현대사의 질곡이 건축물과 풍경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이다.

지난달 주민들이 뜻을 모아 마을 가옥 16채를 포항시에 등록문화재로 신청했다. 신사와 사찰도 등록문화재로 신청할 계획이다. 이 마을을 일제 강점기의 쓰라린 역사를 보여주는 관광지 '재팬타운'으로 만들겠다는 게 이곳 주민들의 포부다.

등록이 확정되면 구룡포읍은 마을 단위의 첫 등록문화재가 된다. 이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주민들이 마을을 등록문화재로 신청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선 최초의 사례라는 점이다.

●"우리 마을을 문화재로 신청합니다"

최근 '자발적인' 등록문화재 신청이 늘고 있다. 2005년 2건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 14건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는 벌써 14건이다(5월 말 현재). 일제 시대의 서당, 근대식 성당 건축물 등 소유자들의 등록문화재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 안에 '시대에 맞는 문화재 활용'을 내세운 이 제도가 연착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1년 시작된 이 제도는 보존·활용 가치가 큰 근대문화유산을 문화재로 관리하는 것. 각종 규제를 동반하는 국가 중심형 제도인 지정문화재와 달리 사유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지방자치단체가 보존가치가 높은 근대문화유산을 발굴 조사하는 과정에서 소유자를 설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끝내 등록을 거부하는 경우도 적잖았다.

외관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리모델링이 가능하고 문화재 수리비 지원과 재산세 감면 등 혜택도 많지만, 문화재로 등록되면 "내 건물을 마음대로 고치고 활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자발적 신청은 극소수였던 것.

●"문화재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

그러나 근대문화유산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비즈니스를 접목한 문화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점차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역사·문화적 가치가 큰 건축물을 등록문화재로 등록해 여관 식당 전시관 점포 등 다양한 관광자원·상업공간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소유자들이 깨닫기 시작한 것.

충북 진천군 덕산면 덕산양조장(등록문화재 58호)은 대표적인 '윈윈 문화마케팅' 사례다. 3대째 전통주를 만드는 이곳의 낡은 목조 건물은 추억 속으로 사라질 뻔했지만 소유주가 양조장을 허무는 대신 등록문화재로 신청한 뒤 술의 홍보가 이뤄져 인기가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일제가 개척한 항구인 구룡포읍이 당시 어촌의 생활상을 잘 보여줄 뿐 아니라 구룡포 공원과도 잘 어우러져 관광자원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구룡포읍 주민 서인만 씨는 "어장 황폐화로 침체된 마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병하 문화재청 전문위원은 "문화재의 좋은 활용 아이디어는 민간의 눈높이에서 나온다"며 "등록문화재 제도의 활성화는 문화재 보존과 활용의 패러다임이 관료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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