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나라 정치가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자기 나라 음식이 맛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어려서부터 먹은 음식이 입맛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크다.
화교인 프라자호텔 중식당 도원의 유방녕 주방장은 인천에서 살던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 주시던 음식을 잊지 못한다. 중국 산둥(山東) 지방 출신인 할머니는 한국에서 나는 재료들로 맛있는 반찬을 만들었다. 유 주방장이 24년 동안 도원 주방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의 그 손맛 덕택인지도 모른다.
중국 가정식 요리의 기본은 요리 4가지와 국 1가지다. 여기에 밥이나 국수 또는 빵이 더해진다. 북쪽 지방에서는 국수나 빵을 많이 먹고 남쪽에서는 밥의 수요가 많은 편이다.
‘남쪽인 광둥(廣東) 요리는 달고, 동쪽인 쓰촨(四川) 요리는 매우며, 서쪽인 산시(山西) 요리는 시큼하고, 북쪽인 산둥이나 베이징(北京) 요리는 좀 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유 주방장은 자신도 짠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했다. 물론 조리를 할 때는 철저하게 고객의 입맛에 맞춘다.
산둥 지방의 반찬 재료는 한국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 조합은 색달랐다. 돼지고기를 볶으면서 무를 같이 넣는 조합이 눈에 띄었다. 같은 감자볶음을 했는데도 그 질감이 달랐다.
중국 요리는 코로 즐긴다는 말이 있다. 유 주방장은 조리를 할 때도 향으로 요리의 완성 정도를 판별했다. 조리를 하는 도중에 ‘무의 독특한 향을 살린다’거나 ‘가지의 향을 살린다’는 식의 표현을 자주 썼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중식당 도원 유방녕 주방장 추천 산둥요리 5가지
①무 삼겹살 볶음
의외로 잘 어울렸다. 삼겹살의 고소하게 기름진 맛과 무의 향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냈다. 푹 익힌 무는 부드러웠고 잘 볶인 삼겹살은 쫄깃했다. 무와 마늘을 납작하게 썰어서 준비하고 마른 고추와 대파는 손마디 하나 크기로 잘라 둔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삼겹살과 마른 고추, 대파, 마늘을 넣어 함께 볶는다. 간장을 넣어 간을 맞추고 난 뒤 무를 넣어 익힌다. 무를 잘 익히려면 물을 약간 넣은 뒤 뚜껑을 덮어 두는 것이 요령이다. 중국 요리에서는 이렇게 볶다가 물을 넣어 삶는 것을 ‘사오(燒)’라고 한다. 삼겹살이 팬에 달라붙지 않게 하려면 달궈진 팬에 기름을 적당히 두른 뒤 따라내면 된다.
②어향가지
기름의 고소한 맛이 가지 전체에 배어 묵직한 맛이 난다. 잘게 썬 고기가 소스와 함께 씹히는 맛도 일품이다. 소개되는 음식 중 유일하게 프라자호텔 중식당 도원에서 맛볼 수 있는 정식 메뉴다. 가지는 4∼5cm 크기로 썰고 표고버섯과 죽순은 1cm 크기로, 대파는 잘게 썰어 준비한다. 다진 고기도 필요하다. 쇠고기든 돼지고기든, 어떤 부위든 상관없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고기와 파, 마늘을 함께 넣어 볶는다. 볶은 고기에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두반장 소스를 넣어 양념을 한 뒤 표고버섯과 죽순을 넣고 같이 볶다가 마지막으로 육수와 가지를 넣어 조린다. 도원에서는 육수를 닭고기와 돼지고기, 쇠고기를 함께 넣어 만든 것으로 쓰지만 다시마 육수나 물을 사용해도 된다.
③무 자장 볶음
④감자채 볶음
⑤수박 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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