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서 “그놈의 헌법”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짓밟힌 대한민국의 헌법. 그 헌법이 왜 ‘그놈’이 아닌지 이 책을 펼치면 알 수 있다. 무려 11년의 세월을 들여 제정한 미국 헌법은 노예제를 옹호하고, 남녀 차별을 명문화했다고 해서 ‘지옥의 협정서’라는 저주를 받았다. 그러나 단 한 차례도 새로 쓰이지 않았다. 새로운 수정조항이 덧붙여졌을 뿐. 하지만 저자는 이런 미국 헌정사를 흥미롭게 펼쳐 가며 한국의 1987년 헌법을 진정한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 바꿔 가자고 말한다. 헌법이 ‘권력의 시녀’가 아니라 ‘민주정치의 여왕’이 돼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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