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의 영욕, 오감으로 느끼다

  • 입력 2007년 6월 12일 02시 59분


1900년대 초 인천지역 외국인들의 사교장이었던 제물포구락부 건물이 원래 모습에 가깝게 복원돼 스토리텔링 박물관으로 활용된다. 작은 사진은 건물의 내부. 인천=이광표 기자
1900년대 초 인천지역 외국인들의 사교장이었던 제물포구락부 건물이 원래 모습에 가깝게 복원돼 스토리텔링 박물관으로 활용된다. 작은 사진은 건물의 내부. 인천=이광표 기자
인천 옛 제물포구락부 스토리텔링 박물관으로

인천 앞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인천 중구 송학동 응봉산 중턱에 옛 제물포구락부건물(인천 유형문화재 17호)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1901년 세워진 2층 건물로 1913년까지 독일 영국 러시아 네덜란드 미국 일본 사람들의 사교장이었다. 그 후 일본재향군인회관 등으로 사용되는 등 이곳은 20세기 초 한국 근대사의 영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인천의 대표적 근대문화재다.

○ 외국인 파티-경인선 개통 등 영상물 상영

제물포구락부 건물이 복원돼 스토리텔링(story telling) 박물관으로 활용된다. 스토리텔링 박물관이란 전시물을 단순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박물관을 말한다. 국내에는 근대 건축물은 물론 이런 형태의 박물관도 매우 드물다. 건물 복원 작업이 시작된 것은 2005년 초, 인천시가 이곳을 대표적인 근대사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 실무 복원 작업을 맡은 스프링 크리에이티브 컨설팅의 서정신 대표는 “고종의 외교 고문이었던 미국인 선교사 호머 헐버트가 남긴 기록, 한국과 중국 상하이(上海)에 남아 있는 유사한 건물을 참고해 최대한 원래 모습에 가깝게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110평 규모의 건물 내부 천장에 샹들리에를 달았고 한쪽으로는 당시 분위기대로 외국인들이 차와 술을 마시던 바(bar)를 되살렸다. 이곳에서는 당시 제물포구락부의 사교 모습과 인천의 분위기를 담은 영상물을 상영한다. 영상물의 내용은 이곳에서 외국인들이 파티를 여는 모습, 1899년 국내 최초의 철도 경인선 개통 모습, 1902년 제물포항을 통해 최초로 미국 하와이 이민을 떠나는 모습, 1904년 러·일전쟁의 모습 등. 외국인들의 파티 모습 영상물에는 워릭 모리스 주한 영국대사가 당시 제물포 영사로 분장해 등장한다. 이처럼 다양한 영상물을 보여 주는 이유는 제물포구락부뿐만 아니라 당시 인천의 역사를 함께 보여 줌으로써 관람객들이 근대사 이야기를 접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 18일부터 英-獨-러 등 각국 문화행사

인천시는 19일 복원한 제물포구락부를 일반에 공개하고 역사문화 명소로 가꿔 나갈 계획이다. 우선 이날부터 9월 18일까지 3개월간 ‘영국의 달’로 정해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연다. 1920년대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국인의 일상을 화폭에 담았던 영국인 엘리자베스 키스의 작품과 영국 관련 서적, 기념품 등을 전시한다. 영국 관련 영상물도 상영하고 매주 일요일엔 영국의 민속 음악도 연주한다. ‘영국의 달’이 끝나면 독일 러시아를 주제로 한 행사도 계속 이어 나갈 예정이다.

인천시 문화예술과의 김진성 씨는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생각하는 대표적인 문화 카페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입장료 무료. 032-765-0267

인천=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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