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수 “아이 기르고 싶다”… 트랜스젠더 입양권 논란

  • 입력 2007년 6월 12일 02시 59분


지난달 19일 결혼한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가 “네 명의 아이를 입양해 기르고 싶다”는 뜻을 밝힌 후 트랜스젠더의 입양권을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다.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찬반 논쟁이 줄을 잇고 있다. “엄마가 되고 싶다”는 그의 생각을 사회 통념에 거스르는 것으로 보는 의견이 절대다수다.

본보 취재 결과 트랜스젠더 부부가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입양을 한 사례는 국내에도 이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유명인인 하리수는 입양기관에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입양을 추진하고 있고 국내 입양기관들은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하리수 부부의 행보는 곧 연예계의 가십 수준에서 트랜스젠더의 입양을 둘러싼 진지한 논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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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문제 없지만 현실의 벽 높아=하리수는 지난달 11일 입양의 날 행사에 남편과 함께 참석했고 입양 준비 절차를 문의하는 등 입양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 관계자는 “하리수가 입양 문의를 해 와 무엇보다 화목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줬다”며 “본격적인 입양 상담은 이런 조건이 갖춰진 뒤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트랜스젠더의 아이 입양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소망이 실현된다면 하리수 부부는 통상 1200명에서 많게는 4500명까지로 추산되는 국내 트랜스젠더 가운데 최초로 입양지정기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아이를 입양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그러나 본보가 접촉한 국내 주요 입양기관 대부분은 “아무리 다른 조건을 다 갖췄다 하더라도 트랜스젠더인 부모라면 입양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입양기관의 관계자는 “입양기관은 ‘특별한 가정’이 아니라 입양아가 보통의 아이들처럼 클 수 있는 ‘평범한 가정’을 찾는 것”이라며 “보수적인 한국사회의 시선에 아이들이 자라며 받을 상처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성전환 수술의 대가인 김석권 부산 동아대 의대 성형외과 교수는 “상당수의 트랜스젠더가 아이 입양을 원하지만 현실의 벽이 높다”며 “아는 사람을 통한 개인 입양이나 성전환 사실을 숨긴 채 어렵게 자녀를 입양한 경우가 10여 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듯=트랜스젠더의 입양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아동복지학과 교수들은 “트랜스젠더의 입양에서는 성적 소수자의 인권 외에도 어린이의 인권이 고려돼야 한다”며 반대했다.

반면 김붕년 서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폭력을 행사하고 아이를 돌보지 않는 (비트랜스젠더) 부모보다는 아이를 간절히 원하고 사랑해 줄 준비가 돼 있는 트랜스젠더가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며 입양을 지지했다.

성적소수자 단체와 민주노동당은 이번 대선 공약으로 동성애자의 혼인, 입양 등 가족 구성권을 보장하는 법안 발의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을 내세울 예정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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