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진하게…봉춤-물쇼 등 도구 이용한 ‘하드코어 섹시’

  • 입력 2007년 6월 12일 20시 58분


올해 상반기 가요계 이슈 중 하나는 바로 여풍(女風). 온라인 음악사이트 '벅스뮤직'의 6월 첫 째 주 가요 순위 Top 5 차트 안에는 양파, '씨야', '바나나걸', 현영 등 무려 4팀의 여가수가 들어있다. 이들은 모두 '섹시 컨셉트'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TV와 공연장에서는 '물 쇼'와 '봉 춤(봉을 두고 추는 춤)' 등 여가수의 섹시 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 섹시 탈피 VS 섹시 고수

'섹시 컨셉트=진부함'을 주장하는 가수들은 새로운 컨셉트를 들고 나왔다. 이러한 현상은 2003년 이후 섹시 여가수의 대명사로 꼽혔던 이효리의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그녀가 올해 초 발표한 신곡 '톡톡톡'이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대신 '알파걸' 이미지로 등장한 아이비가 '유혹의 소나타'로 온, 오프라인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후 렉시 역시 섹시 컨셉트를 버리고 터프함을 내세운 신곡 '하늘위로'로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신인 그룹 '원더걸스'가 '스쿨 룩'으로, 일렉트로닉 프로젝트 그룹 '바나나걸'이 객원 싱어 이현지를 앞세워 귀여운 이미지로 주목받고 있다. 현영은 '바비인형' 컨셉트로 신곡 '연애혁명'을 발표했다.

이와 달리 방송과 공연장을 휩쓸고 있는 여가수들은 더욱 섹시한 모습이다. 무대 위로 물을 떨어뜨려 젖은 몸으로 춤을 추는 '물 쇼'의 서인영부터 야광봉으로 남성을 유혹하는 채연, 봉을 사이에 두고 춤을 추는 '봉 춤'을 선보인 4인조 여성 그룹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심지어 백댄서의 손을 여성의 신체부위에 가져다 대는 뮤직비디오로 지상파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은 엔젤 등은 모두 인터넷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낳고 있다.

○여가수의 영원한 숙제, 섹시 컨셉트

가요계의 섹시 컨셉트는 여가수들에게는 도전대상이자 히트공식이었다.

성개방 풍조가 만연하기 시작한 1980년대 김완선부터 1990년대 중반 '룰라'의 김지현-이예린-엄정화, 2000년 파격과 변신에 초점을 맞춘 박지윤, 2003년 건강미와 털털함을 갖춘 이효리까지 많은 여가수들이 섹시함을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 방송과 공연장을 물들이고 있는 섹시함은 실험적 색채를 띠고 있다. 여가수와 기획사들이 여러 실험을 통해 시대에 맞는 섹시함을 모색중이다.

가수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렉시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이 각광받는 요즘에는 강한 여성의 이미지가 어필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인영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연예인들이 섹시함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며 "가수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져 더 다양하고 자유롭게 무대를 꾸미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성우진 씨는 "컨셉트에 치중하는 가요계 풍토 때문에 음악보다는 음악 외적인 요소가 여가수의 인기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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