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 역사가 담긴 수사들의 유품과 기도서는 물론 수사들의 숙소가 모두 타버렸다. 수도회 수사들은 지금도 근처 ‘피정의 집’ 등에서 지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이 난 건물의 한 방에는 성 베네딕도회 전례 체험과 피정을 위해 수도원을 찾은 최호영(가톨릭대 음악과 교수·가톨릭전례문화연구소장) 신부가 자고 있었다.
성 베네딕도회 수도회는 가톨릭 전례의 전통을 잘 간직한 곳으로 유명하다. 최 신부는 간신히 불을 피했지만 그날 아침 잿더미로 변한 수도원을 보고 그냥 떠날 수 없었다.
“이것도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수도원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죠.”
교회음악을 전공한 최 교수는 수도원의 전례 분위기를 담은 자선음악회를 제안했다.
연주자와 합창단, 성악가들이 흔쾌히 자원했다. 음악회 주최는 평신도들의 모임인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봉헌회가 맡았다.
이 ‘사랑과 온정의 결실’은 18일 오후 7시 반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복구 음악회’로 맺어졌다.
음악회 1부에서는 최 신부의 지휘로 강석희 씨의 오르간 연주에 맞춰 그레고리오 성가를 선보인다.
2부에서는 가톨릭심포니오케스트라와 뜨리니따스 합창단, 소프라노 박지현 김호정, 바리톤 박승혁, 테너 이영화 씨 등 성악가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이날 음악회의 입장료는 없으며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낸 봉헌금을 수도원 복구비용으로 쓸 예정이다. 02-2273-6394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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